‘尹정권 탄생 책임론’에 친문-친명 대립…임종석 공천, 계파 갈등 최대 뇌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공천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의 공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공천의 최우선 기준으로 내세운 ‘국민 기대치와 눈높이’가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간 충돌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임 전 실장의 공천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심사다.
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공천 기준 1번은 본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지난 9일 밤 페이스북에서 “시스템을 통해 능력,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며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으로 촉발된 친문과 친명 간 갈등 확산을 이 대표가 진화하려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임 위원장은 지난 6일 공관위 발표 브리핑에서 ‘명예혁명 공천’을 거론하며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후 당내에선 임종석·노영민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친문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실제로 임 전 실장과 고민정·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일단 이 대표가 제시한 ‘본선 경쟁력’을 임 전 실장과 노 전 실장에게 적용하면 이들 두 사람을 공천에서 아예 배제할 당위성을 객관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높은 야권의 주요 인물인데다, 임 전 실장은 16·17대 국회에서 재선한 서울 중·성동갑에 귀환하려 하고, 노 전 실장은 고향인 충북 청주에 도전하는 만큼 본선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일단 이 대표 측은 ‘친문’, ‘비명'(비이재명) 꼬리표를 달아 인위적으로 특정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을 ‘변화와 참신한 인물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로 보는 인식이 당 지도부에 퍼져 있다는 데 있다.
당 관계자는 “기득권 정치를 새로운 얼굴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정치권에 새 피를 수혈해달라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이 ’86 운동권 세력 청산론’을 부각하는 상황에서 운동권 출신인 임 전 실장 등판이 ‘프레임 전쟁’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결국 세대 교체론이 임 전 실장을 포함한 주요 친문 인사들의 공천 배제에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임 위원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 세대를 위한 선배들의 용퇴’를 거론하는 것도 임 전 실장 등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상징성이 큰 존재인 ‘임종석 카드’를 활용할 경우 ‘현 정권 심판론 대 전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 구도가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친명 지도부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먹혀야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 전 실장 등 친문 핵심들이 공천을 못 받을 경우 당 지도부와 주류 측은 세대교체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비명 학살’ 프레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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