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이어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신규 모바일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애플보다 앞서 관련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 제품 출하량이 아이폰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반면 애플은 서두르지 않는다. 폴더블폰과 AI폰 모두 출시 시점이 불명확하다. 그동안 구축해온 독자 생태계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폐쇄적 생태계의 불안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 이후 9년 만의 신제품으로 웨어러블 기기인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꺼내들며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Z폴드’를 시작으로 5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5와 Z플립5까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 폴더블폰 판매량은 1600만대쯤으로 2020년 대비 471% 늘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7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몇년 후에는 폴더블폰 판매량이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기점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점유율을 애플로부터 뺏어오겠다는 목표를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1월 31일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플래그십 출하량 두 자릿수 성장과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스마트폰 매출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대해 갤럭시 AI가 ‘모바일 AI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AI폰 선점 전략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전문 분석가 대만의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삼성은 갤럭시 S24 시리즈가 AI 기능으로 예상보다 높은 수요를 보이면서 올해 출하량을 5~10% 늘렸다”며 “반면 애플은 올해 상반기 아이폰15의 출하량 전망치를 10~15% 줄인 2억대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가 AI폰 구현에 ‘독’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방형 안드로이드 OS인 갤럭시S24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I 기능을 탑재하며 진화를 거듭 중이지만 애플은 운영체제인 iOS가 자체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온디바이스 AI폰처럼 기능을 구현하는데 1~2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7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폰이 점유율 확대 경쟁력으로 작용해 올해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아이폰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애플은 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예상밖 흥행을 거두자 판매 증대를 위한 출시국 확대 절차에 돌입했다. 비전 프로는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첫 공개된 후 8개월 만인 2월 2일 미국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1월 19일 사전판매 결과 출시가격이 3499달러(465만원)로 고가임에도 2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에 적용된 MR는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개념이다. 실제 환경에서 가상 정보를 융합해 진화한 가상세계를 구현한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 등 오감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R과 차이가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ABC와 인터뷰에서 “비전 프로는 최초의 공간 컴퓨터이며, 사람들은 이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할 것”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타임(전화)을 연결하고, 외과 의사들은 훈련할 것이다. 사용 사례는 컴퓨터와 같고 이미 100만개가 넘는 앱이 있다”고 소개했다.
애플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기기 인증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이르면 4월 중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마크 거먼은 애플이 미국에 이어 연내 비전 프로를 출시할 국가로 영국와 캐나다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후 프랑스, 독일, 호주, 중국, 홍콩, 일본과 한국 등에 순차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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