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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됨수다. 이젠 국민의힘으로 신청하는 사람도 어서(없어).”
총선을 60여 일 앞두고 제주 판세를 묻는 질문에 동문시장에서 만난 김모(69)씨는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 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 토박이로 보수 정당만 찍어 왔다는 그는 “주변 사람들이 민주당만 좋아해 답답하다”며 “아무리 지역 활동 열심히 해도 국힘으로 나오면 떨어지는디 누가 나오젠 하나”라고 했다.
지난 11일 제주에서 만난 도민들은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수성’을 예상했다. 제주는 제주시갑·제주시을·서귀포시 등 3개 선거구 체제를 갖게 된 2004년 제 17대 총선부터 2020년 제21대 총선까지 민주당이 독식해왔다. JIBS제주방송 등 제주 지역 언론 4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월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주 3곳의 차기 국회의원 적합도 우위는 모두 현역 민주당 의원 차지였다. 제주시을에서는 김한규 의원이 42.4%, 제주시갑에서는 송재호 의원이 28.8%, 서귀포시에서는 위성곤 의원이 3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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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왜 짙은 진보 색을 띄게 됐을까. 도민들은 제주 4.3사건과 호남인들의 유입을 꼽았다. 동문시장에서 부각을 판매하는 현모(83)씨는 “민주당에서 4.3에 대해서 많이 하잖아”라며 “우리는 보통 어렸을 적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4.3은 1948년 4월 3일 무고한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3만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진보 세력이 많은 관심을 써왔다는 것이다.
기념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제주에는 거리가 가까워 전라도 사람들이 많다”며 “국회의원들도 호남 향후회 행사 있다 하면 쫓아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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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제주를 발전시킨 게 있냐”며 등을 돌리는 민심도 있었다. 30년 넘게 민주당을 지지했다던 수산물 가게 사장 강창현(58)씨는 “이재명 같은 사람이 재판받으면서도 대통령 되려 한다”며 “큰 정치가 잘못됐는데 이런 지방 정치가 잘 되겠냐”고 했다. 40대 직장인 고모씨는 “국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막기만 하니까 한계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남은 3년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밀어줘야지”라고 말했다.
강한 진보 성향의 민심은 제3지대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설 연휴 첫날인 9일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그룹은 개혁신당으로 뭉치며 설 민심을 공략했다. 제주 시청 인근에서 만난 40대 후반 직장인 임승철씨는 “그냥 선거라서 어쩔 수 없이 연대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별로 좋게 안 봅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준석은 젊은이들이면 모르겠지만 50대, 60대 우리도 안고 가기에는 좀 작다”며 “이낙연은 민주당 내에서 어른답게 좀 하지 아쉬웠다. 자기 집 싫다고 나간 자식 잘 되는 거 없다”고 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조희태(45)씨는 “지금 정치 시스템으로는 국민의힘 아니면 민주당밖에 없는데 소수 의견들을 정책으로 실현해줄 정치인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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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 저당 해도 궨당(친인척)이 최고”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육지와 떨어진 섬이라는 좁은 사회에 살다 보니 정당이나 정책보다 혈연 등 인연이 있으면 표를 준다는 것이다. 제주도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동현(31)씨는 “제주도는 사람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 그냥 주변 지인 그런 거 보고 뽑는다”며 “저도 국민의힘 쪽에서 선거 뛰는 친구들이 계속 뽑아달라 부탁해서 그렇게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역 현안은 일자리 확충과 부동산 등 경제다. 제주대 3학년생 최모(22)씨는 “제주도는 대기업이 없어서 공무원이 최고 직장으로 꼽힌다”며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티오(TO·정원)를 줄여 취업하기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청년 일자리가 제일 심각하고, 제주도가 집값이 많이 비싸져서 좀 내렸으면 좋겠다”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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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에서는 성산읍에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최대 화두다. JIBS제주방송 등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시 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했는데, 서귀포시에서는 ‘찬성’이 52.5%로 ‘반대’ 40.3%보다 높았다. 지금까지 제2공항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조속한 추진을 공약하기도 했다. 서귀포시 현역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제2공항 찬성을 밝히자 제주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 구걸”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위 의원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거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JIBS제주방송·제민일보·뉴스1·미디어제주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월 5일부터 6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제주시갑 511명, 제주시을 501명, 서귀포시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 ±4.4%포인트, ±4.3%포인트순이며, 응답률은 9.8%, 8%,10.9%순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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