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금지’ 대선 공약 번복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도 온데간데
체포안 표결 전날 ‘부결 호소’ 촌극
유인태 “총선 전 당대표 불신 강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는 여당 탓으로 돌리면서 번복됐고,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마저 뒤집는 등 민주당 총선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는 4·10 총선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현행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했다. 당 지도부의 ‘포괄적 권한 위임’에 따른 결과다.
이후 민주당은 당대표 결정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위성정당 창당 실무 작업에 나섰다. 지난 21대 총선처럼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을 급조한 뒤, 선거 직후 합당을 이뤄 민주당 전체 의석수를 늘리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위성정당 금지는 당초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5일 기자회견), “민주당은 여당의 반칙의 탈법에 대해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7일 최고위원회의)며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실제 국민의힘도 자체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애초 위성정당이 필요 없는 ‘병립형 선거제’로의 복원을 촉구해왔으며, 위성정당 창당은 민주당이 준연동형 선거제를 채택할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도 헷갈리는데 국민들도 보고 알 수가 없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이재명 대표의 공약파기가 늘었다. 누가 누구한테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선거제도다. 당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투표용지 길이만 48㎝에 달했다.
이후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으로 결정을 번복하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말 바꾸기로 이번 총선에서도 ‘깜깜이 선거’가 재현될 것”이라며 “애초 당대표 한 사람에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선거제도의 결정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5~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나 당원투표 없이 국회의원 선거제를 이재명 대표에게 일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 53.6%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3.8%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비대위원장의 지적처럼 ‘불체포특권 포기’ 대선 공약 번복과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도 이 대표 말 바꾸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6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민주당도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받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표결되기 하루 전(지난해 9월 20일) 페이스북에서 돌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후 친명계에서는 ‘가결파 색출’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가 친명계의 성토에 사퇴하는 등 당내 분열이 최고조에 달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고성과 원망이 난무했다고 한다.
특히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요구에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인증하기까지 일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투표용지에 ‘부결’을 적시한 사진을 인증하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선거제 논란과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등 국회를 한바탕 뒤흔든 중심엔 이 대표가 위치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1일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지난번에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대표 연설에서 해놓고 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부결을 호소했다”며 “더군다나 이 중요한 선거(총선)를 앞두고 그렇게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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