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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에게 ‘비례 쉬운 길’ 아니냐고 물었더니

미디어오늘 조회수  

▲ 용혜인 새진보연합(옛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
▲ 용혜인 새진보연합(옛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

용혜인 새진보연합(옛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국갤럽 조사결과 국정감사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의원 1위(2위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식 답변)를 기록했다. 그는 같은달 시사주간지 시사I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2023 신뢰도 조사 중 주관식으로 물은 ‘현재 활동 중인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문항에서 상위 10명 중 당시 유일하게 거대양당이 아닌 소수정당 의원(8위)으로 이름을 올렸다.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중 한명이고, ‘기본소득’이란 단일 의제를 당명에 넣으며 기본소득 관련 정책과 법안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최초로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고, 한국형 횡재세법을 주장해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법을 당론으로 발의하도록 역할을 했다. 노키즈존을 비판하며 자녀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노란봉투법·차별금지법 등 소수자를 위한 법안에도 동참했다. 

용 의원은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함께 22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 정치인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소수정당·시민사회계와 함께 만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을 받아 원내에 진출한 그는 지난해 11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반윤석열 연대’를 위한 제3지대 개혁연합신당 추진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병립형과 연동형 선거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기본소득당은 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과 선거연합신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정하자 용 의원은 지난 7일 민주당과 소수정당들이 개혁과제로 연합할 것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진보정당 비례 순번을 번갈아 배치하고 지역구 선거는 연합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다음날인 8일 새진보연합·녹색정의당·진보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지역구·비례선거 협상 테이블을 제안했다. 비례용 신당을 만들어 야권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고, 지역구에서 여당과 1:1구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최종 공천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용 의원 제안을 민주당이 마지못해 수용하는 그림이다. 상당수 언론과 여당에서는 이번 선거연대를 야당들의 야합이란 취지로 비판했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선 용 의원이 민주당에 과한 요구를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용 의원은 비례명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권자가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하자며 선거용 정당인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나 제3지대 이합집산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국회서 진행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용 의원은 “선거연대의 핵심은 선거가 끝나고 국회에서 합의했던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일”이라며 노란봉투법·간호법과 같은 민생법안, 이태원참사특별법·정치개혁(선거제 등), 기본소득·기후위기 등 새로운 개혁과제 등을 연합정치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는데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하나?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다고만 얘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용혜인 개인의 선거 준비는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고 원칙적으로 맞다는 구상을 잘 설명하려 했다. 선거제 문제가 마무리되고 있어서 이제 내 출마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선거연합 과정에서 당연히 야권의 큰 승리에 기여할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고 지역구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 적 있는데 그 말에도 변화는 없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과 퇴행을 막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승리에 보탬이 되는 길을 가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여의도에선 보통 비례 의원을 한 뒤 지역구에 출마하기 때문에 지역구 준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 오해와 비판을 받는다. 소수정당 입장에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합해 비례로 나가는 게 쉬운 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 차원에서도 더 많은 후보가 국회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 이 길을 선택했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작은 정당에겐 지역구와 비례 둘 다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기본소득당이 개혁연합신당을 제안하기 전까지는 독자 선거를 논의했고 조용히 내 지역구 선거만 준비하는 게 간명한 결정이었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오해나 모욕적인 발언을 들으면서 연합정치의 길을 열지 않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달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는 그 기자회견은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위성정당하자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나 혼자 다 받을 것도 알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연동형 선거제를 지키고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승리하려면 이 길밖에 없다는 판단에 했다. 4년을 돌아보면 좌고우면하지 않았고 작은 정당이지만 원칙을 지키려 했던 모습에 국민들께서 어느정도 신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쉬운 길이냐 어려운 길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건 국민이 보여준 신뢰에 반하는 일이다.”

-다른 진보정당도 듣는 말이지만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도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4년간 참 많이 들었다. 사실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에 별로 타격감을 느끼지 못한다. 우린 2중대가 아니라 원칙을 이야기하고 민주당을 더 개혁적으로 견인해내려 한다.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소득당 의정활동으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새진보연합의 제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이면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몫이 절반, 민주당이 절반이니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 표현으로 ‘준위성정당’이라고 볼 만하다. 결국 위성정당 논란이 이어지는데.

“연동형 비례제가 잘 자리잡은 나라에서는 연합정당 연합정치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여러 정치세력이 연합해 선거를 치르고 공동으로 비례 명부를 공유하기도 하고 가설정당 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도 한다. 잘되면 연합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합의했던 정책과제가 깨지면 연정이 깨지기도 한다. 민주당이 들어오면 연합정당이 아니고 민주당이 없으면 연합정당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뻔뻔하게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어놓고 우릴 비판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많이 나오니까 선제적 대응으로서 ‘준위성정당’이란 표현을 쓴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에 맞서 승리하는 연합, 분명히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는 연합을 만들겠다는 뜻은 우리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자녀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용혜인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자녀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용혜인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다수 언론에서 국민의힘, 민주당, 새진보연합 등이 추진하는 정당을 모두 ‘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구분할 필요는 있다. 소수정당의 비례성을 일부 보완하기 위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에 동의하지 않으며 국민의힘이 만든 비례대표용 정당(과거 미래한국당, 이번에 국민의미래)는 서로 다른 정당인 것처럼 위장했다는 의미에 ‘위장정당’이란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시민사회와 일부 소수정당 몫을 배정했지만 선거 이후 민주당과 합당해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새진보연합은 이번에 민주당과 소수정당(시민사회)이 지역구도 연대하고 비례는 1:1로 연합하는 선거연대를 제안하면서 ‘연합정당’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여의도에선 이번 국회에서 거대양당의 극한 대립구도가 정치실종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여러 정치세력이 연합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지속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 의원은 지난해 8월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개혁과제를 위한 연합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정수(360명)와 비례의석수(120명)를 확대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연동형으로 전환하며 정당별 비례의석 할당 최소요건인 봉쇄조항(3%)를 하향(1%)하는 등 다당제로 전환을 위한 내용이다. 또 연합정치 걸림돌인 이중정당 금지 조항을 개정하려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가 각각 299석(총 589석, 의석 보완에 따라 늘기도 함)으로 비례의석이 충분해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소수의견이 의회에 반영되고 있다. 

용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김기현 대표 4만8933표, 조경태 의원 5만9045표, 윤상현 의원 4만6463표, ‘지역구 의원이 진짜 의원’이라는 의원들께서 지난 총선에서 받은 표”라며 “5만표 남짓 받아 당선된 의원들이 무슨 근거로 50만 명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라며 비례대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느냐”고 비판했다. “다들 양당체제 기반해 정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들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구 후보가 다수인 한국정치에서 비례대표제 의원이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학계에선 전문성 있는 비례 의원은 계속 비례대표로 공천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여의도에서 지역구 의원은 자기 실력으로 당선됐고 비례 의원들은 정당 힘으로 당선돼 지역구 의원이 진짜 의원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사실 지역구 의원들은 정당의 힘을 얻지 않고 당선됐나?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그런 주장하는 분들 대부분 TK·PK 지역구 의원이다. 물론 지역구를 기반으로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받고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지역구 의원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돼 원래 당으로 돌아간 또 다른 후보였던 조정훈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갔다. 이러한 사례가 연동형 비례제와 연합정당에 대한 비판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지난 총선 때 연합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고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점이지만 선거제도 전체를 뒤로 돌리는 근거가 될 순 없다. 다만 그런 정치인들을 어떻게 심판할 수 있을지 고민이 남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해 직접 후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2)편에서 계속.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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