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성적표, 여야 지휘관 ‘대권입지’ 영향…원희룡·이낙연·이준석 등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김치연 기자 = 4·10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여야 잠룡들의 총선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202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다 보니 총선 승패에 따라 여야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명운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야 잠룡들의 정치적 역량과 비전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1일 현재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부터 여권 잠룡으로 분류됐던 한 위원장은 ‘정치 신인’인데도 총선 지휘봉을 거머쥐었다. 그런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서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집권 여당의 승리를 이끌면 베일에 싸였던 정치적 능력까지 인정받아 향후 여권의 대권 레이스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패하면 한 위원장이 입을 타격은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천 과정에서 일었던 ‘사천 논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등이 부각되면서 총선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여권 내 다른 잠룡들에게도 이번 총선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부각하며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야 잠룡인 원 전 장관과 이 대표와 ‘빅 매치’가 성사되고, 원 전 장관이 ‘험지’에서 민주당 현직 대표이자 대선 주자였던 이 대표를 만약 꺾는다면 단숨에 유력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 등에서 역할을 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나 서울 동작을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의 국회 재입성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는 현재 스코어로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여겨진다.
만약 이 대표가 공언한 대로 ‘과반 의석 달성’으로 원내 1당을 지켜내면 야권의 독보적 대권 주자이자 당내 주류의 맹주로서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사법 리스크’ 악재를 극복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 부여되는 승리의 정치적 의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예정된 8월 전당대회에 이어 길게는 대선 국면까지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더욱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민주당의 패배는 대권 주자로서 이 대표의 입지를 크게 손상할 요인이다.
만약 원내 과반 지위를 잃거나, 더 나아가 원내 1당의 위치를 내주게 되면 이 대표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던 계파 갈등 등이 부각되면서 당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조언하며 건재를 알린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나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의 총선 역할론도 주목된다.
두 전직 총리는 통합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선수’로 나선 문재인 정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재 전 의원 등도 총선 결과지에 따라 당내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만일의 총선 패배가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당내 책임론을 제기할 세력이 많이 정리된 상황이고 역학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뿌리가 없는 한 위원장은 선거에서 졌을 때는 대권 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은 정치 신인인 만큼 총선 패배가 그의 정치적 역량 탓으로만 평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까지 당을 희생시키고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더 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3지대 통합 정당인 개혁신당의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도 잠재적 대권 주자로 볼 수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다가 민주당 내 경선에서 패했던 거물급 정치인이고, 이준석 대표도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다.
개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중도층 표심을 대거 흡수한다면 두 공동대표도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hye1@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