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흐르던 전선 추락하며 차량 파손
한전·건물주, 사고 초기 책임 회피
언론 취재하자 그제야 보상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전기가 흐르는 전봇대의 전선이 끊어지며 그 밑을 지나던 승용차 위로 떨어져 작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만약 전선이 차가 아닌 사람 머리 위로 떨어졌다면 인명피해도 배제할 수 없는 사고였다.
그러나 사고의 당사자인 한국전력공사와 건물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열흘 가까이 사고 수습을 미루는 바람에 피해자는 화병이 났다.
결국 피해자가 언론에 제보하고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손해배상 절차가 진행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에서 수영강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8시14분 영도구 제2 송도길 목장원 방면으로 자신의 차량을 몰고 출근하다 갑자기 외부의 강한 충격을 느꼈다. 확인해보니 차량 뒷부분과 바퀴가 긁히며 찌그러져 있었고 2차선 도로 위에는 전봇대에서 길 건너 건물로 연결돼 있던 굵은 전선이 바닥에 떨어져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당시 현장 영상을 보고는 더 놀랐다. 전선이 떨어지기 전 전기선 주변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 데 이어 길옆 전봇대의 전선 부분에서 폭탄이 터지듯 “빵빵빵” 소리가 나며 강하게 불꽃이 튀더니 전선이 끊어진 것이다.
소방서 확인 결과 인근 건물의 배전함에서 먼저 화재가 발생했고 그 후 전봇대에서 건물로 연결된 전선이 불에 타며 끊어져 A씨의 차량이 파손된 것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전 관계자와 건물주, A씨는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 건물주가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뒤 건물주가 입장을 바꾸며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주는 “외부의 전선이 끊어져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며 한전이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건물 화재가 원인이 돼 전선이 끊어졌다며 건물주가 보상해야 한다”고 버텨 A씨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은 지난 7일까지 변화가 없었다. A씨는 경찰과 구청도 찾아 호소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지난 6일 연합뉴스의 취재가 시작된 후 한전에서 입장 변화를 보였다. 한전은 지난 8일 “건물주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지만, 한전이 우선 A씨의 자동차 수리비와 렌터카 비용을 처리해주고 나중에 건물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면서 “A씨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건물주는 “배전함 화재가 발생하고 시간이 흐른 뒤 전봇대에 연결된 전선이 끊어졌다. 배전함 화재와 이번 사고는 관련이 없다. 건물 밖 전선의 문제를 책임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작년 10월에 출고해 3천600km밖에 타지 않은 새 차가 부서져 상심이 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미루기만 했다. 내가 왜 이런 물질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억울하고 화병이 날 정도였다. 언론 취재 덕에 문제가 해결됐으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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