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탄봉사를 하러 방문한 백사마을 주민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한 위원장이 연탄봉사를 위해 방문한 백사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방문해 주민 10명에게 2000장의 연탄을 직접 배달하는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했다. 국민의힘은 “설 선물 예산을 모두 연탄 구매 기부에 쓰기로 결정하고 연탄 7만 1000장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기부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마을 주민들은 불쾌함을 드러냈다. 대다수 주민은 “연휴 전날 한 위원장이 마을에 들렀다 간 소식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라며 “평소에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다가 명절이나 선거 직전 달동네나 재래시장에 들르는 건 생색내기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살기 좋은 마을인데 언론보도를 통해 마을이 가난하게만 보도되는 것이 싫다”라고 했다.
백사마을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0대 A씨는 “어제 한 위원장이 온 것도 몰랐다”라며 “선거 직전마다 정치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기사화되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주기적으로 온다. 정치인들의 봉사는 진짜 조용히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과 비교된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백사마을이 가난한 달동네로만 비치는 것에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A씨는 “우리 마을은 이웃 간에 이야기도 하고 서로 오가는 정이 많다”라며 “요즘은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끼리 싸운다던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 무섭지 않고 좋다. 살기는 백사마을이 정말 좋다”라고 강조했다.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주민 B씨(69)는 “한 위원장이 우리 마을에 왔다 간 걸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며 “정치인들이 선거나 명절을 앞두고 오는 건 생색내기다. 대부분이 방문만 하고 끝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평상시에도 국민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게 진짜 정치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특히 백사마을에서만 40년을 살았다는 주민 C씨(59)는 “연탄을 주고 가니 그 순간엔 고맙긴 하다”라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못 나눴다”라고 했다. 그는 “백사마을은 벌써 40년째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집이 노후화돼도 주민들이 집을 고치기가 어렵다. 주민들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C씨 또한 “없이 사는 사람도 인격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올 때 (언론이)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줄 게 아니라 노후화된 곳도 좀 살펴보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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