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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선물, 현금화 하자”…설 연휴 앞두고 중고마켓 향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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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마트에서 선물세트 포장 여부를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마트에서 선물세트 포장 여부를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설날을 앞두고 회사에서 받은 스팸 선물 세트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매물로 내놨다. 그는 “평소 스팸을 잘 먹지 않아 집에 쌓아두는 것보다는 파는 게 낫지 않냐”면서 “지난 추석에 받은 선물도 재판매했는데 비슷한 상품이 많이 올라와 있는 탓인지 아직 거래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20대 사회초년생인 최모씨도 직장에서 받은 식용유 선물 세트를 되팔았다. 최씨는 “자취하다 보니 집에서 요리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되파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설날을 맞아 직장이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세트를 되팔아 현금화하려는 직장인들이 중고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처분하려는 사람들과 저렴한 가격으로 선물을 구매하려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현금이나 상품권과 같은 것으로 대체해 주는 게 낫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0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선물 세트’를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이 매물로 나와 있다. 스팸, 참치 같은 먹거리부터 올리브유를 비롯해 샴푸, 치약 등을 담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와 네이버 중고나라 역시 선물 세트를 되팔기 위한 게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당근의 누적 가입자 수는 3600만명이 넘고, 번개장터도 2000만명이 넘는다. 중고나라 역시 가입자 수가 1920만명에 달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와 있는 설날 선물세트 상품들. /당근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와 있는 설날 선물세트 상품들. /당근 캡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1만원대부터 10만원을 넘는 상품까지 다양하게 책정됐다. 대부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매해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선물 세트 판매 글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판매자는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되팔고, 필요한 이는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거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 단위로 선물 세트를 검색하면 새로운 매물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선물 세트 되팔기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받은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6년차 직장인 30대 이모씨는 “매년 회사에서 참치나 스팸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모두 중고로 되팔고 있다”며 “차라리 회사서 적은 금액이라도 상품권과 같은 것으로 대체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게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653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회사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을 물은 결과, 1위는 상품권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직장인 절반 이상이 상품권을 꼽았다. 매년 선물 세트를 지급하고 있다는 한 기업 관계자는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명절 선물을 지급하면 금액 규모를 두고 내부에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연합뉴스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연합뉴스

선물 세트 중고거래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받은 선물을 무턱대고 판매했다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홍삼이나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건기식은 등록된 사업자만 판매할 수 있어 개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일부 판매자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선물 받은 홍삼 등의 제품을 그대로 올리기도 한다. 실제 플랫폼에서 ‘홍삼’이라고 검색하면 다수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시범 사업을 통해 건기식 개인 간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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