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쪼만한(조그마한) 백’이라고 불러 거센 비판을 받은 박장범 KBS 앵커가 외신도 ‘파우치’라고 표기하고, 해당 회사도 파우치라 부른다고 반박해 논란이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는 파우치로 표기했으나 영국의 가디언이나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올백, 디올 핸드백, 럭셔리 핸드백 등으로 표기했다. 해당 가방의 상품명이 레이디 파우치이지만 실제로 디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파우치’ 카테고리가 아닌 ‘핸드백’ 카테고리의 한 종류로 분류돼 있다. 본질은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가방을 받았다는 것인데, 파우치냐 명품백이냐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언론이 쓰고 있는 ‘명품백’의 ‘명품’이라는 표현조차 대통령 앞에서는 쓰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메인뉴스에서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질문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채상병 수사 외압사건,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유족 반발,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유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등 윤 대통령이 관여된 민감한 문제를 하나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장범 앵커는 8일 저녁 메인뉴스 KBS ‘뉴스9’ <“이 대표와 단독회동 곤란…파우치 논란 아쉬워”> 리포트의 앵커멘트로 ‘파우치’ 논란을 언급했다. 박 앵커는 “어제(7일)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며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명품백을 왜 명품백으로 안 부르냐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백과 파우치 모두 영어인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들은 어떤 표현을 쓸까.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며 “한국에서 이 제품을 팔았던 매장 직원도 파우치라고 말했고 김건희 여사를 방문했던 최씨 역시 파우치라고 표현한다. 제품명 역시 파우치”라고 반박했다. 박 앵커는 “그렇다면 백이란 표현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른 여러 외신들은 파우치가 아닌 디올백, 디올핸드백, 럭셔리 디올 핸드백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3일자 온라인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집권여당을 뒤흔들다(A $2,200 Dior Handbag Shake South Korea's Ruling Party)> 기사에서 ‘디올 핸드백’ 또는 ‘럭셔리(luxury:고가의) 디올 핸드백’이라고 표기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달 25일자 <한국 영부인 2000달러 디올 핸드백이 뇌물 혐의를 혐의를 불러일으키다(South Korean first lady’s $2,000 Dior handbag triggers graft accusations)>에서 ‘디올 핸드백’, ‘럭셔리 디올 핸드백’이라 썼다. 프랑스 AFP 통신도 지난 1일 <디올백이 한국 대통령의 총선 희망을 무너뜨릴 수 있나(Could a Dior bag ruin S. Korea president's election hopes?)>란 기사에서 명품 디지이너의 핸드백(luxury designer handbag)이라고 썼다.
JTBC는 9일 온라인 기사
채널A도 8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A’의 <여랑야랑 김건희 파우치 or 핸드백>에서 디올 홈페이지를 들어 반박의견을 소개했다. 실제로 미디어오늘이 디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문제의 해당 상품명은 ‘레이디 디올 파우치’이며 상품번호는 ‘S0204OVRB’로 나온다. 하지만 ‘파우치 & 클러치’ 카테고리의 상품을 검색해보면 이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여성 패션-핸드백 카테고리 상품을 클릭하면 이 제품이 나온다.
채널A는 “핸드백과 파우치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논란의 가방, 파우치 카테고리에는 없고 핸드백 카테고리에 있는데, 그래서 야당은 명품 핸드백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널A는 “사실 본질은 영부인이 받은 고가의 선물이지, 파우치냐 핸드백이냐가 아니다”라고 했다.
JTBC와 MBC는 메인뉴스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에 대해서도 축소하고, 질문해야 할 현안에 대해 제대로 질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JTBC는 8일 ‘뉴스룸’ <‘조그만 백’ 바꿔부르며 “부부싸움 하셨나”>(온라인 기사 제목 <‘조그마한 백’ 바꿔부르며 “부부싸움 하셨나”…KBS 뭇매>)에서 “대담에서 KBS 앵커는 스스로 명품백을 외국회사의 조그만 백이라고 바꿔 불렀고, ‘이 이슈로 부부싸움했느냐’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MBC는 ‘뉴스데스크’ <대통령실 “명품 가방만 관심, 답답”‥국민 궁금한 것 물었나>에서 박장범 앵커의 질문 내용을 두고 “하지만 김 여사가 왜 받았는지, 받은 뒤에 어떻게 했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며 “여당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뿐 야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한동훈 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MBC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갈등 사태가 있었지만 직접 당사자를 앞에 두고도 정말 사퇴를 요구한 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지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YTN은 ‘뉴스나이트’ <‘사실상 사과’라는데…尹, 여사 리스크 매듭 ‘불투명’>에서 “‘명품 가방 수수’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터져 나온 웃음에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으로 호칭한 KBS 앵커의 저자세 논란까지, 더 많은 뒷말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9일 오전 박장범 KBS 앵커에게 △외신이 파우치라 보도했다는 건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 △김여사가 왜 받았는지, 받은 뒤 어떻게 했는지, 받은 행위가 잘못아닌지, 수사받아야 한다는 지적엔 어떤 입장인지 등은 왜 묻지 않았느냐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에 대한 유족반발, 채상병 외압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손준성 검사 유죄판결 이슈는 왜 묻지 않았는지 △심기경호에 급급한 대담이 아닌지 △언론계를 떠나라는 언론노동조합의 성명에 어떤 견해인지를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오후 2시30분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대신 박 앵커는 미디어오늘에 새해 인사 SNS메시지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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