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신문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진행한 KBS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윤 대통령이 하고싶은 말만 질문하고 국민의 궁금해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KBS에 대해 경향신문은 “국정홍보 대행사로 전락했다”, 동아일보는 “홍보용 다큐멘터리를 연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침신문들은 특정 방송사와의 사전 녹화 대담이 아닌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방송사 한 곳을 정해 사흘 전 녹화한 뒤 대통령실 곳곳을 다니는 장면을 끼워 넣는 편집을 거쳐 내놓은 대담은 홍보용 다큐멘터리를 연상시켰다”며 “그 질문도 날카로움은 없고 나긋하기만 해서 대담이라기보단 환담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번 대담에선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질문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말하고 싶거나 부득이 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집중됐다. 그 핵심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조차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며 ‘의전과 경호의 문제’로 접근했다”며 “윤 대통령이 원치 않거나 거북하게 여길 질문은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책임 아래 수사했던 ‘사법 농단’ 사건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 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장 1심 유죄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김건희 성역·국정 마이웨이’만 보인 윤 대통령 녹화 대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94분간의 대담을 보니, 대통령실이 왜 KBS를 고른 줄 알겠다. KBS가 사흘 전 녹화하고 편집한 방송에서 질문은 무디고, 회피성 답변에도 재질문은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 개입 의혹 등과 같이 언론사 기자회견이라면 응당 나왔을 질문은 없었다.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정홍보 대행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 <명품백 대신 ‘조그마한 백’…대통령 앞에서 조그마해진 KBS>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이태원 참사 등 핵심 현안에 관한 언급이나 질문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받는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두고 한국방송 안팎에서 ‘방송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권력 앞에 고개 숙인 공영방송’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전두환-이진희 대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낯 뜨거운 내용이었다는 언론단체 비판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국민 대신 질문한 KBS…역할 충실했다 말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제 방송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비판을 받는 데는 질문의 책임도 컸다”며 “정부가 공들여 온 정책을 적극 홍보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짜인 각본’ 같은 질문이 상당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민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했다. 이번 대담이 그 약속에 부합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동아 “KBS가 빠뜨린 질문들…대담이 기자회견 대체할 순 없다”
신문들은 특정 방송사와 윤 대통령의 사전 녹화 대담이 아닌 기자회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대담을 통해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 도대체 이 ‘대담’은 누구 보라고 마련한 것인가. 국민인가, 대통령 부부인가”라며 “대통령은 국민과 적극 소통해야 할 책무가 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라며,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세금 써가며 용산으로 이전한 것 아닌가. 더 이상 숨지 말고,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대신하는 언론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막중한 권한에 상응하는 ‘설명의 의무’를 진다. 그런 피할 수 없는 대통령의 책무를 자기 편의대로 회피하거나 제한해선 안 된다”며 “언론 역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묻고 따져야 한다. 미흡하고 부실했던 이번 KBS 대담이 기자회견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진우 정치에디터도 경향신문 칼럼 ‘에디터의 창’ <3년 넘게 남았다>에서 “2년 연속 신년 기자회견을 패싱하고 생방송도 아닌 사전 녹화 형식의 대담을 했다. 국민을 대신한 언론들의 날선 질문과 추가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꾸 쉬운 선택을 한다. 검찰 시절 몸에 밴, 익숙한 것에만 의존하다간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건 지난 1년9개월간 국정에서 밑천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는 조선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이 준비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채널A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모진으로부터 대담에 나올 예상 질문과 답변 등을 보고 받았지만 참고하지 않겠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어떤 질문이든 마다하지 않고 다 받겠다. 참모들이 준비해 준 답이 아닌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칼럼니스트는 “기자회견이든 인터뷰든 간에 언론의 질문을 받는 자리를 앞두고 있으면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예상 질문을 뽑아서 격론을 벌이고 소상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대통령 없이 참모들끼리 준비했다는 것도, 대통령이 그 내용을 참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티비 카메라 앞에 서서 기자 질문을 받는 대통령이 준비도 없이 평소 생각만 설렁설렁 풀어놓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고 했다.
조국 2심 유죄에 중앙일보 “신당 접고 자숙 시간을”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지난 8일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9일 다수 신문들은 해당 소식을 1면에서 다루고 사설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공정 기준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은 대학교수와 고위 공직자로 일한 조 전 장관이 지위를 이용해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직무를 저버린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사회지도층과 고위 공직자에게 ‘내로남불’하지 않는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경종을 울렸다. 조 전 장관은 이 단죄의 의미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이날 판결 후 4·10 총선에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했지만, 정치 복귀를 거론하기에 앞서 국민의 언 맘이 녹을 때까지 분명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조국 사태는 교육·입시와 관련한 공정성·정직성의 문제를 뜨거운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형사처벌을 통해 확인된 엄격한 잣대를 세우게 됐다”면서도 동시에 “주식 백지신탁·처분 의무 불이행 혐의 등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애초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된 건 사모펀드 의혹이었는데, 이와 관련한 혐의는 대부분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그나마 기소된 혐의도 모두 무죄가 된 것이다. 조 전 장관 수사가 표적·과잉 수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사실도 재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조국 사태’가 환기시킨 공정성과 ‘내로남불’ 문제가 이를 집요하게 수사한 현 여권 쪽에서 오히려 더 횡행하고 있다는 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며 “조 전 장관이 비난받는 청탁금지법 위반, 입시 비리, 감찰 무마 등 행위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스펙 부풀리기 의혹, ‘고발사주’로 유죄판결을 받은 손준성 검사장의 감찰 무혐의 등과 그대로 겹쳐 보인다. 그토록 비난하던 내로남불이 오히려 더 깊어진 형국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선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 인사들 사이엔 비리를 감출 수 없게 되면 선거에 출마하는 방탄 공식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대장동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출마해 불체포특권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 이 대표가 위성정당을 만들어 조국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방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건 결국 국민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나 신당 창당 논의 자체가 터무니없다. 행여 ‘위성정당’ 합류나 다른 ‘꼼수’로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국회의원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조 전 장관 부부는 국민 앞에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다수의 국민이 조 전 장관에게 바라는 건 사죄하고 평생 자숙하는 것이지 꼼수로 금배지를 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