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찾아가는 칼갈이·우산수리 서비스’…주민들 “만족도 높아”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칼도 우산도 새로 사서 쓰는 게 더 편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쳐 쓰면 낭비 안 해서 좋잖아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7일 오전 8시 50분께 어르신 대여섯명이 성동구 금호2·3가동주민센터 5층에 속속 도착했다. 모두 한 손에 신문지 꾸러미를 쥔 채였다.
이들이 신문지로 둘둘 말아 가져온 건 날이 무딘 식칼과 녹슨 가위.
금호동 주민 김경민(72)씨는 “한 달 동안 이날만 기다렸다”며 “출근 전에 맡기려고 머리도 안 말리고 부랴부랴 왔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는 매월 1차례 각 동 주민센터를 돌며 무뎌진 칼날을 갈아주고 고장 난 우산을 고쳐주는 ‘찾아가는 칼갈이·우산 수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일대 주민들이 서둘러 주민센터를 찾은 건 이 때문이다.
2018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무뎌진 칼과 고장 난 우산·양산을 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을 겪던 주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구의 대표적인 생활 밀착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구청 관계자는 “오후 4시 30분에 접수를 마감하지만 명절이나 김장철, 여름을 앞두고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오전에 접수를 조기 마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방 칼 3개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은 신정애(71)씨는 “나이가 들면서 손목에 힘이 없어서 무딘 칼로 조리하면 손목이 시큰거리는데 이런 서비스가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그 어떤 복지 서비스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명절을 앞두고 칼과 주방용 가위를 맡기러 왔다는 김윤자(60)씨도 “집에서 직접 칼을 가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두 달에 한 번씩 칼을 맡기는 입장에서 참 고마운 분들”이라고 작업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작업자 2명이 그라인더와 숯을 이용해 칼날을 가는 동안 작업장 한쪽에서는 작업반장 최동일(55)씨가 한 주민이 맡긴 양산을 고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씨는 “우산수리 서비스 초창기에는 멀쩡한 우산을 하루에 5개 이상 분해해 가며 작동 원리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 우산·양산이 됐든 못 고치는 게 없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주민분들이 ‘매장에 맡기면 최소 한 달은 걸리는데 여기선 하루 만에 뚝딱 고쳐주니 고맙다’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40명이 방문해 약 2만6천500개의 칼과 우산을 수리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찾아가는 칼갈이·우산 수리 서비스가 초창기 시행착오를 거쳐 성동구를 대표하는 생활 밀착 서비스가 됐다”며 “앞으로도 구민 일상생활에 밀접한 행정서비스를 발굴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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