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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돈을 버니 힘이 많이 세졌지요. 남편을 가리켜 ‘멍멍개’, ‘낮전등’이라고도 해요. 낮에는 전등이 꺼져 있잖아요” (2019년 탈북민 A씨)
통일부가 6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는 이 같은 이 같은 탈북민 심층면접 결과와 함께 북한에서 여성 지위 상승이 이뤄지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2016~2020년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은 시장 활동이 가정 내 여성 지위에 미친 영향에 관해 30.0%가 남편과 위상이 동등해졌거나 남편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고, 45.9%는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고 봤다. 탈북민들은 북한 내에서도 이러한 세태 변화를 두고 남편이 하찮거나 쓸모없는 존재인 ‘멍멍개’, ‘낮전등’으로 비하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통일부는 가정 내 남녀평등 정도가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여성에게 ‘전통적 여성상’을 되레 강조해 사회 전반의 남녀평등은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성들이 자녀들을 사회주의 교육 교양으로 키워내고 고상한 문화도덕적 풍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일상에서 여성들이 ‘조선옷’을 착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을 주로 겨냥한 복장 단속도 이뤄진다는 게 탈북민의 전언이다.
2018년 탈북한 B씨는 “청바지 같은 거 바짝 붙은 거 입고 다니면 옷태 단속에 걸려 벌금 물고 그래요. 바지를 찢거나 자르기도 하고요. 내가 단속에 걸렸잖아요. 여성들이 대체로 많이 걸려요”라고 증언했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처”라며 “종합시장에서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이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고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을 북한당국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처럼 북한에서도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 당시 연령은 2000년 이전 탈북민은 평균 24.7세인데 비해 2016~220년 탈북민은 평균 26.2세로 올라갔다. 30세 이상에 혼인했다는 비율이 2000년 이전 1.9%에서 2016~2020년에 17.5%로 급증했고, 전 기간에 걸쳐 평양 출신의 경우 30세 이상에 혼인한 비율이 34.0%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81.8%가 여성이므로 전체적인 혼인 연령 상승은 주로 여성의 결혼 연령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다. 통일부는 “가정 경제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는 상황에서 북한 여성은 결혼을 가능하면 늦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사회와 가정의 변화로 이혼이 늘었지만 여전히 강한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에서 이혼이 사회문화적으로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의 이혼은 남성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탈북민들은 당·정·군의 엘리트 집단의 경우 이혼하면 건설 현장으로 좌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다고 증언했다. 자녀들도 불이익을 당하는데 “이혼하면 대학 진학 때 김일성대학을 못 가고 김책공대 이런 곳에 가야 한다”(2019년 탈북 C씨), “엄마가 이혼한 여자애에게 좋은 (혼사) 자리가 났는데 엄마가 이혼했다고 혼사 길이 막혔다(2019년 탈북 D씨)” 등이 비교적 최근 탈북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보고서에서 전체 남녀 응답자의 각각 15.2%와 28.7%가 이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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