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동아일보·KBS·YTN·MBN 등에서 최근까지 활동한 언론인 출신들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공천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해까지 인터넷언론에서 활동한 노종면 전 기자를 영입 인재로 발표됐다. 선거 때마다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 비판이 잇따르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TV조선 앵커·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직행
미디어오늘이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비공개 신청자 제외) 849명을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언론 활동을 한 언론인들이 대거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했다.
△신동욱 전 TV조선 ‘뉴스9’ 앵커 △박정훈 전 TV조선 시사제작국장 △호준석 전 YTN 앵커 △정광재 전 MBN 앵커 △이영풍 전 KBS 기자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이 지난해까지 언론 활동을 했다. 특히 신동욱, 박정훈, 정연욱 세 언론인은 지난해 12월까지 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진행했다.
최근까지 언론사 경영진으로 활동했던 인사들도 있다. 동아일보 출신인 김동원 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 부사장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 대표 경력을 ‘채널A 쾌도난마 앵커’로 쓴 하종대 전 한국정책방송원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지난달 퇴임한 후 공천 신청했다. 박기성 TBN울산교통방송 사장도 지난달 퇴임했다. 유순희 전 부산여성신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 직함을 달고 출판기념회를 했다. 허인구 전 G1방송 사장은 지난해 8월 사장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합류했고, 공천 신청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민주당이 언론계 영입 인재로 발표한 노종면 전 YTN 기자는 지난해 스픽스에서 유튜브 콘텐츠 진행을 맡는 등 언론 활동을 했다. 노종면 전 기자는 YTN 퇴사 시점을 기준으로 윤리강령 위반이 아니라고 했으나 스픽스는 인터넷언론사로 등록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복되는 폴리널리스트 논란
언론계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로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기점으로 정당·캠프에 합류하거나 공천 신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12월 MBC를 떠나고 3개월 뒤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21대 총선 때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초 KBS 사임 직후 더불어시민당 언론계 비례대표가 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JTBC 이정헌 기자와 YTN 안귀령 앵커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 논란이 됐다.
행정부로 간 언론인들도 있다.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KBS 보도본부 편집회의 참석 당일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돼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 사례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에선 강민석 전 중앙일보 부국장이 퇴직 나흘 만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갔다. 윤도한 전 MBC 기자는 퇴직 후 8일 만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여현호 전 한겨레 기자도 사표 제출 이틀 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 때는 강인선 인수위 외신대변인(전 조선일보 부국장),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전 YTN 기자),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전 채널A 앵커) 등이 논란이 됐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 법과 윤리’ 책에서 폴리널리스트가 양산되는 이유로 △정치 지상주의 문화 △언론 산업의 불안정성과 미래의 불확실성 △산학 협동체제의 부재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전후후박 문화 등을 거론했다.
정치권 직행에 “언론 이용했나” 비판 이어져
이번 총선에 출마한 언론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언론계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TV조선 기자협회는 지난달 26일 ‘언론 윤리 저버린 신동욱 박정훈, 부끄러움은 없는가’ 성명을 통해 “한 달 전까지 간판 앵커로서 언론인을 자임하며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던 모습이 무색해진다”며 “TV조선을 정치권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두 사람의 행보로 언론계 안팎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은 우리 기자들이 감당할 몫이 됐다”고 했다.
YTN 기자협회는 지난해 12월12일 입장을 내고 “홍상표·윤두현·안귀령·이기정 씨에 이은 또 하나의 폴리널리스트 직행”이라며 “호준석 앵커가 진행했던 뉴스들은 이제 YTN 동료들에게는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인구 G1방송 사장이 국민의힘으로 직행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재직했던 방송사에 치명타를 날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사들은 윤리강령을 통해 정치권 직행을 막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KBS, SBS, 조선일보, YTN 등 윤리강령을 보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나 관련 취재 기자·부서장 등은 6개월 이내에 정치활동을 하지 못한다. TV조선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3년 간 금지하고 있다.
유예기간 필요성 커져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기자로서 지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직에 떠나있다가 정치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문제 삼기 어렵지만 적어도 6개월, 1개월 만에 가는 사람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연우 교수는 최소 1년 이상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신동욱 TV조선 앵커의 정치권 직행 논란 당시 “적어도 언론 현업을 하던 사람은 6개월 정도는 두고 옮기는 것이 조직과 동료 뿐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고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7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논문을 통해 “(언론인의) 정치권 이동을 막을 수 없다면 실효성 있는 기준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적어도 현직에서 직행하는 것은 금지하고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둬 이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으로 옮기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그로 인한 타격은 언론계 전체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