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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인 2월 14일, 2억500만명이 투표소로 향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일일 민주주의 선거’가 열린다. 인도와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 인도네시아의 이야기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주지사·시장·군수 등을 함께 선출한다. 대선·총선·지방선거가 같은 날 모두 치러지지만 초유의 관심사는 단연 대통령 선거다.
◇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국방부 장관이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52.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의 러닝메이트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다.
프라보워는 조코위 대통령의 정당(투쟁민주당)이 아닌 야당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의 총재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공공연한 지지를 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야당 후보임에도 오히려 조코위 정권을 계승해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고, 프라보워 자신도 조코위 대통령의 발전 계획을 이어가겠단 연속성을 약속했다.
동시에 군 출신인 프라보워는 199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고문했고 파푸타와 동티모르의 인권 침해에 연루됐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과 거칠고 사나운 성격으로 유명했던 탓에 이번 선거에선 유머를 던지거나 춤을 추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2019년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에 앉히고 이번 대선에선 선거법까지 바꿔가며 장남인 기브란 부통령 후보를 그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었다. 최근엔 프라보워와 단둘이 만찬을 하거나 프라보워의 기호(2번)를 상징하는 손가락 V자를 만들어 흔드는 등 공공연한 지지를 보내 대학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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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1.3%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아니스 바스웨단은 이슬람학자 집안 출신으로 자카르타 주지사를 지냈다. 이슬람학자 집안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인도네시아에서 최연소 대학 총장이 된 엘리트로 자유주의적 이슬람 지식인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의 신(新)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 약속하지 않은 유일한 후보’다. “(수도 이전보다) 더 긴급한 문제들이 있고 투자도 지역 간에 더 공평하게 분산돼야 한다”고 공언한 그는 최대 이슬람계 정당인 국민계몽당(PKB)의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대표를 러닝메이트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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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투쟁민주당(PDI-P)의 대선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는 지지율 19.7%로 3위에 머물렀다. 임기 말에도 지지율이 높은 조코위 대통령이 장남 기브란과 짝을 이룬 프라보워를 공공연히 지지하고 있어 별다른 후광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유력 대선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이스라엘 선수단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인도네시아의 유치권이 박탈되며 대폭 빠져버린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고 되려 꼴등으로 밀려났다.
현 정부에서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을 맡고 있던 그의 러닝메이트 마흐푸드 엠데 부통령 후보가 지난 2일 선거에 집중하겠다며 자진 사퇴했지만 ‘역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 ‘결선투표제’ 채택한 대선…한번에 끝날까?
인도네시아는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2월 14일 선거에서 과반 득표와 절반 이상 주에서 20% 이상의 특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충족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만을 놓고 6월에 다시 결선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결선 투표에 가게 될 경우 2월 대선 결과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후보가 지지율 50%를 넘긴 만큼 결선투표 없이 한번에 대통령이 선출될 수도 있단 예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투표 자격이 있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17세에서 40세 사이다. 유권자의 3분의 1은 30세 미만이다. 그런만큼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후보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후보들의 모습은 과거 선거운동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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