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활용 가치·효율 따져 중국산 ‘LFP 배터리’ 견제 평가
OBD 장착 시 ‘배터리안전보조금’…사실상 테슬라만 배제
LFP 배터리 다는 국산 차 느는데…’뒷북’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가 6일 공개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보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공교롭게’ 국산 차와 배터리에 유리하고 외국 제조사 차와 배터리에 불리하다.
보다 친환경적인 차에 보조금을 더 주는 방향으로 개편이라는 것이 환경부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국산이 더 받고 외산이 덜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국내기업 밀어주기’에 치중했다는 비판과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예전보다 중국산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는 등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배터리 재활용 가치·효율 반영하면 LFP 배터리 불리
국산에 유리한 대표적인 개편사항은 ‘배터리환경계수’ 도입이다.
전기승용차 국비 보조금은 크게 ‘성능보조금'(최대 400만원)과 ‘인센티브'(최대 230만원)로 구성된다.
성능보조금은 1차로 연비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이 있고 2차로 배터리환경계수 등 ‘3개의 계수’에 따라 달라진다.
배터리환경계수는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할 가치가 클수록 보조금을 더 주고자 도입됐다.
환경부는 배터리 내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유가금속의 가격이 비쌀수록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중국 배터리업체 주력상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단 국내업체가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사용 후 회수할 유가금속이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뿐이지만 NCM 배터리는 리튬에 더해 니켈·코발트·망간 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NCM 배터리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돼온 점, 구조가 더 안정적이어서 성분을 분리할 때 에너지가 더 드는 점도 사용 후 재활용 면에서 LFP 배터리 단점이다.
지난해 전기승합차 보조금에 적용된 ‘배터리효율계수’가 올해 전기승용차 보조금에도 도입된 것도 LFP 배터리에 불리해진 개편사항이다.
배터리효율계수는 1L당 전력(Wh)으로 측정되는 배터리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에 보조금을 더 주는 장치다.
‘가벼운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가 배터리효율계수를 전기승용차까지 확대해 도입한 명분이다.
차가 무거울수록 연비가 떨어지고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가 더 마모돼 ‘비(非)배기 오염물질’이 더 나온다. 덜 친환경적인 것이다.
LFP 배터리는 구조가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대신 밀도가 NCM 배터리보다 낮다.
사후관리계수와 관련해 ‘1등급’을 받기 어려워진 점은 국내 제조사에 유리하고 외국 제조사에 불리한 개편이다.
사후관리계수는 ‘제조사 직영 AS센터’와 ‘정비이력·부품관리 전산시스템’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작년에는 제조사 직영 AS센터와 전산시스템이 모두 있으면 1등급으로 사후관리계수에 따라 성능보조금이 감액되지 않았고, 협력업체가 AS센터를 운영하고 전산시스템이 있으면 10% 감액됐다. 어떤 형태든 AS센터는 있으나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성능보조금이 20% 깎였다.
올해는 전산시스템이 있다는 전제하에 8개 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에 모두 직영 AS센터가 있어야 성능보조금이 감액되지 않는다.
직영 AS센터가 모든 권역에 있지는 않다면 20%, 협력업체 AS센터만 운영된다면 40%, 그 외엔 60%가 줄어든다.
국내 제조사에 유리하고 외국 제조사에 불리한 다른 개편사항은 성능보조금에 더해지는 ‘배터리안전보조금'(20만원) 신설이다.
이와 관련해선 ‘테슬라를 겨냥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안전보조금은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단 차량에 주어진다.
OBD를 통하면 운행이력과 배터리 상태 등 차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기술이 해킹·유출될 수 있다며 장착하지 않는다. 현재 친환경차는 OBD 장착이 의무가 아니지만 사실상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에 장착되고 있다.
인센티브 중 충전인프라보조금이 3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3년 내 표준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업체’와 ‘200기 이상 설치한 업체’ 사이 10만원의 차등을 둔 점도 국내 제조사에 유리한 개편으로 꼽힌다.
◇ LFP 배터리 장착 국산 차 늘어나…’국내기업 이익’ 미지수
국산 차에 유리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보조금을 활용한 전기차 시장 보호’라는 국제사회 최근 흐름과 일치한다.
중국기업 등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규정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사실상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올해 시행된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보조금으로 자국 시장을 보호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LFP 배터리에 불리하도록 개편된 것이 국내기업에 이익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년 출시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은 중국 CALT의 LFP 배터리가 장착됐고 KG모빌리티의 주력 모델인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의 LFP 배터리가 실렸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전기차용 리튬이온 축전지 수입액은 51억5천100만달러로 전년(36억3천400억달러)보다 약 42%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입 96.4%는 ‘중국발’이었는데 국내 배터리업체 중국공장에서 역수입하는 경우가 여전히 다수지만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중국산 배터리 채택에 따른 수입량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2026년께는 LFP 배터리 양산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NCM 배터리보다 30% 정도 저렴한 LFP 배터리에 불리한 보조금 체계는 ‘합리적 가격의 전기차 보급’이라는 보조금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전기차 제조·판매업체들은 LFP 배터리에 보조금을 덜 주는 방향에 대해 지난달 성명을 내고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친환경차 확대와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한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점을 들며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으로 국산 차 밀어주기를 하면서 세금으로 특정 기업 ‘프로모션’을 해주고 있다는 힐난도 한다.
현대·기아차가 작년 최대실적을 기록한 터라 이런 비판은 더 커질 전망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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