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에 속도…’이준석 신당’에 득실계산 복잡
野 ‘통합비례정당 창당’…소수당에 앞 순번 준 ‘더불어시민당’ 재연될 듯
제3지대 이합집산 가속 전망…송영길당·조국당의 원내 진입 여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류미나 한주홍 김철선 기자 = 4·10 총선에 적용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이 5일 원내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현행 준연동형제 유지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60여일 남은 선거 구도가 4년 전 총선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당장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4년 전 꼼수 논란을 초래했던 비례용 위성정당을 또 한 번 급조해 맞붙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국민의힘은 현행 선거제 유지에 대비해 ‘국민의미래’라는 당명으로 위성정당 발기인대회를 마친 상황이며, 민주당 역시 이날 이재명 대표가 ‘범야권 통합형 비례정당’이라는 위성정당 추진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승리가 목적인 선거의 속성상 ‘자매 정당’을 앞세워 준연동형제에 따른 소수당 수혜를 차단, 1석이라도 더 끌어모으겠다는 거대 양당의 실리적 판단으로 보인다.
현행 준연동형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100%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어서 ‘준(準)’이란 표현이 붙었다.
◇ 與,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 본격화…’이준석 신당’ 변수
병립형 회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민주당 방침에 반발하며 병립형 회귀를 재차 촉구하면서도 ‘플랜B’ 가동에 즉각 돌입하는 모양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가 말을 돌려가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지만, 결론은 ‘준연동제’였고 결국 그럴싸하게 포장한 위성정당인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잘못된 제도인 준연동제가 유지될 경우 위성정당 출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여론의 ‘꼼수’ 비판에도 위성정당 창당은 거대 야당에 맞서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당론이 준연동형제로 결정될 경우에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도 착수한 상태다. 위성정당 명칭은 ‘국민의미래’로, 지난달 31일 온라인으로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쳤다.
2020년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통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19석을 확보했다.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17석)보다 2석 많았다.
다만, 이번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으로 인해 여권의 득실 계산은 더 복잡한 모습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보수 신당에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혁신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 안팎의 정당 지지율을 보여서다.
당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 외에 보수 진영에서 비슷한 체급의 비례형 정당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며 “반면 야권에서는 조국당, 송영길당까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구도라고 할 수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 野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4년 전 ‘더불어시민당 재연’ 관측
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준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정부 심판론’에 공감하는 범야권 세력을 끌어모은 이른바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한 뒤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2020년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등장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부터 10번을 비민주당 인사들에게 줬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위성정당 창당을 주도하되 앞 순번 상당수를 범진보 계열이나 군소정당 측 후보에게 내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소수 정치세력의 후보들도 배제되지 않도록 100%는 아니나 상당 정도는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이들 정당에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도권 등 접전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야권통합 단일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단 통합형 비례정당에는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새진보연합’의 합류가 예상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내자는 이재명 대표의 제안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용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원내에 입성한 인사 중 하나다.
다만, 당내에서는 준연동형이 의석수 확보 차원에선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선거 전략에 밝은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준연동형제 유지라는 약속을 지킨 것과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을 강조한 것은 득점 포인트”라면서도 “그러나 의석 득실 면에서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제3지대 이합집산 가속화 전망…송영길당·조국당 ‘운명’도 관심
준연동형 유지가 제3지대 신당 및 군소정당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상반된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여야 위성정당의 위세에 별다른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단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각각 3%대 지지율을 보이는 만큼 최소 원내 진입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군소정당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정당 득표율이 3%이기 때문인데, 이들 신당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제3지대 신당들과 군소정당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과거 병립형보다는 준연동형이 소수당으로선 운신의 폭이 큰 만큼 이합집산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이 오히려 독자 세력을 구축한 제3지대 신당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위성정당을 앞세운 준연동형은 병립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준연동형이 처음 도입된 4년 전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출현한 가운데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6석, 3석에 그쳤고 양당 체제는 더 공고화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상은 양당 독점 정치구조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창당한 ‘정치검찰해체당’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조국 신당’ 등도 원내 진입 가능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비례대표 배분을 받으려면 ‘봉쇄 조항’인 최소 정당 득표율(3%)을 넘겨야 해 야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소수당이 여의도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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