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특수교사를 고소했던 웹툰작가 주호민과 그의 아내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4일 경향신문은 주호민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주 씨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엔 주 씨 아내 한수자 씨도 함께 있었다. 한 씨가 해당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직접 입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일 주호민과 아내인 만화가 한수자 씨의 자폐 스펙트럼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가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날 밤 9시 주호민은 자신의 트위치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재판에 대한 소감을 비롯해 그간 하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냈었다.
주 씨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한 씨는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발달장애인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던 ENA 드라마)를 통해 포장되어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 씨는 교사의 폭언이 담긴 녹취를 처음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한 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아이는 통합교육을 받던 중(장애가 없는 일반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된 상태였다.
한 씨는 “피해 학부모에게 당일 전화로 사과드렸고, 회의를 통해 아들을 특수학급에서 분리 교육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면서 “그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알게 돼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들에게 분리가 된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대체행동으로 바꾸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녹음 안에는 학대하는 음성이 담겨있었다. 새벽에 녹취를 풀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주호민 부부는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것은 잘못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한 씨는 “녹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저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심 법원은 주호민 부부가 제출한 녹취의 증거력을 인정했다.
주호민 부부는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교육청과 학교 측에 어떻게 조처해야 할지 물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학대 교사와 분리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로 같았다고 한다.
주호민은 “처음부터 형사 처벌을 원한 건 아니었다”면서 “학대가 확인된 만큼, 아이와 분리는 해야 한다 생각해 절차를 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민 부부는 교사에게 알리지 않고 신고부터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항의하기엔 부담이 있었다”면서 “대신 교장 선생님에게 녹음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하지만 교장은 청취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주호민은 “아무래도 인지한 사람에게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교장 선생님이나 교육청처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중재해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A씨는 입건된 뒤 학교에 병가를 냈다. A씨가 없는 동안 해당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7번 바꼈다. 그 자리는 단기 계약직 교사들이 채웠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유대가 중요한 만큼 특수학급 부모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한 씨는 “지난해 3월 특수반 부모가 모인 자리에서 한 부모가 ‘한 작가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라면서 강하게 말했다”며 “‘혹시 지금도 녹음 중이냐’는 말에 ‘이렇게 (험악하게) 하시면 녹음기 켜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는데,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다르게 말씀하시더라”라고 했다.
주호민은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특수학급 증설’을 제안했다.
그의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소속된 장애아동은 총 8명이었다. 특수교육법에는 한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6명을 초과하면 반을 증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기도교육청 또한 법률 검토 후 해당 초등학교가 증설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해당 학교의 비장애인 학부모들의 증설을 반대했다. 반을 두 개로 늘리면 법정 수용 가능 인원이 12명으로 늘어 장애인 아동이 학교에 많아진다는 것이다. 비장애인 학생들이 사용할 교실이 부족해진다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할 거라는 것도 이유였다.
주호민은 “반대 여론이 거세니 무를 수 있는 방법으로 전학을 고려했다”면서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학교도 쑥대밭을 만들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결국 주호민 부부는 아들의 전학을 포기했다. 현재는 가정에서 교육받고 있다.
주호민은 “결국 백업 교사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며 “만약 A씨가 학대 혐의로 일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생님이 특수반을 봐주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다른 학부모님들과의 갈등 자체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민은 배우였던 고 이선균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분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면서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주호민 부부는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면서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주호민은 “고통스러운 반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면서 “저는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 같다”면서 “모르면 상상을 하게 되고, 상상 속에서 장애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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