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는 신년인사 가장한 ‘스미싱 문자’ 기승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니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긴 쓰는데… 찜찜한 구석이 있죠.”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 정보통신(IT) 기업에 다니는 공모(44) 씨는 최근 잦아진 신년 모임으로 회사 주변의 인기 ‘맛집’ 입구에 마련된 대기자 목록에 개인정보를 써놓는 빈도가 늘었다.
공 씨는 4일 기자에게 “개인정보를 쓰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선택지가 없다”며 “한편으론 내 정보가 악용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설을 앞두고 연초 모임이 늘어나면서 음식점 대기 손님 명단에 적어둔 개인정보도 쌓여가고 있으나, 이 같은 정보를 안전하게 파기하거나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사후 조치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정오께 서울 광화문역과 시청역 일대에서 수기로 예약받는 식당 10곳을 둘러본 결과 9곳이 예약자가 식사를 끝낸 후에도 기재된 정보를 제대로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 달여 전에 기록된 대기 명단을 그대로 남겨둔 채 예약자를 받는 식당도 있었다. 대기 명부에 쌓인 이름만 수백건이 넘을뿐더러, 이를 제3자가 확인하는 데 특별한 제한도 없었다.
이 식당 종업원은 “명단을 매번 일일이 다 파기하진 않는다”며 “써놓은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진 않고, 다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한 양식당 종업원은 “대기 손님이 입장하면 펜으로 이름을 지우긴 한다”고 했지만,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삭제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달성했다면 지체 없이 파기하고, 이를 보존할 경우 다른 개인정보와 분리해 저장·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경각심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관련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소상인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계도가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최근 신년 인사를 겸해 기프티콘 선물하기 등의 이용이 늘면서 관련 ‘스미싱’ 문자 메시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싱은 미끼 문자를 대량으로 보내 악성 앱을 설치하는 수법을 말한다.
해당 문자는 ‘선물 확인하기’ 등의 문구와 함께 특정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새해 모임을 위해 수기로 식당을 예약한 경우 개인정보 수집이나 이용 목적 등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업주도 고객의 개인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지체 없이 파기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 메시지 내 링크를 접속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식당 예약처럼 일상에서 수집되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정보 주체뿐만 아니라 사업주 모두의 인식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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