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교수]
나의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대한 개혁 요구 중에 가장 많은 분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 선거과정에 허위사실 유포가 범죄이고 이를 근거로 당선을 무효화할 수 있는 선거법에 관한 것이다. 이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정치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내가 올린 글은 다음과 같다.
“허위사실에 의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제도도 없애야 한다. 허위사실의 판명도 자의적이지만 선거는 상대의 허위 사실을 폭로하고 방어하는 능력도 검증이 되어야 하는 장이다. 이런 선거법 위반 선진국에는 없다. 과거 사실만 거짓이 아니고 지키지 못할 공약도 허위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사정을 무시한 이야기라는 반대의견이 다수 달리고 일부 댓글은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다고 생각없이 미국 기준을 이야기한다고 통박했다.
한국은 가짜 뉴스가 많고, 한국인은 가짜 뉴스에 잘 속고 미국은 그런 걱정이 없이 가짜 뉴스도 없고, 국민은 사실과 가짜 정보를 잘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성숙한 나라라서 다른가? 아니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말할 것도 없고, 숱한 음모론이 난무하는 나라이고 SNS와 유트브, 틱톡의 영향력을 걱정하는 이야기는 매일 수도 없이 쏟아진다. 미국은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진다.
“악의적 가짜 정보가 2024년 선거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것에 대해 전보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Disinformation poses an unprecedented threat in 2024 — and the U.S. is less ready than ever). 2024년 1월 18일자 NBC News의 제목이다.
“딥 페이크의 선거 위협에 대한 의원들 우려가 커짐에 따라 대책을 요구하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Call for action on deepfakes as fears grow among MPs over election threat). 영국의 사정을 보도하는 1월 24일자 영국의 가디안지의 기사다.
가짜 뉴스가 선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는 늘 있어왔지만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과 나라마다 진영 대결이 격화되는 정치지형과 더불어 이 우려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지만 한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서 개인이든 정치인이든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자는 주장을 하는 곳이 없고 대부분 그런 법이 없다.
개인의 발언을 가짜 뉴스라고 처벌하는 나라는 극소수의 권위적인 정부의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가 2019년 온라인에 안보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법을 만들어서 서방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서도 국가 안보와 공공의 안전에 해가 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독일은 과거 홀로코스트의 반인류 범죄를 저지른 나라라서 선거 와중에 인종 혐오 발언 (hate speech)에 한해서 벌금이나 콘텐츠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규제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선거 절차를 방해하는 가짜 뉴스” (false information that could disrupt the election process)에 한해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어떤 내용이든 허위사실은 안된다는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을 갖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얼마 전에 생의 모든 것이 거짓말에 해당할 정도로 유권자를 속여 미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가 미국 하원에서 축출된 조지 산토스 (George Santos)의 경우를 보더라도 허위사실 공표가 범죄도 선거법 위반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정치자금 부정 사용의 험의에 관해 수사를 받고 있고, 국회의원 윤리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제명되었지 거짓말을 근거로 축출되지 않았다.
한번 트럼프의 재선의 성공을 상정해보자. 만약 우리와 같은 선거법이 있다고 하면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그의 주장은 60회가 넘는 재판과정에서 모조리 인정되지 않은 사안이고, 현재 대선 불복의 의사를 갖고 선거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범죄로 기소되어 곧 재판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그의 주장은 허위사실이고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되어 헌정의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선거과정의 말 한두마디의 진실성을 갖고 선거를 무효화하는 것이 얼마나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반하는 지는 우리가 쉽사리 상상할 수 있다. 트럼프의 말이 진실이고 거짓말이든 국민들은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을 귀 따갑도록 듣고 투표에 임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다면 그의 정직함뿐만 아니라 그가 나라를 더 잘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더 크기에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양쪽의 주장이 다 제시되었는데 거짓말을 믿었다면 믿고 싶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불거졌을 때 “김건희 여사가 손실만 본 투자였다”고 방어를 했었다. 그와 국힘당에서 공개한 거래 내역은 손실을 본 특정 시점의 거래만 편집한 것이고 이후 법원의 판결에서 김건희 여사 모녀가 23억의 투자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 이 사실만 갖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화해야 하는가? 이재명의 허위사실에 의한 선거법 위반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 일각은 같은 잣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벌과 당선 무효를 주장할 의향이 있는가?
허위사실을 근거로 선거를 무효화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허위사실의 판별이 자의적이고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를 들어 그는 알고도 거짓으로 해명을 했거나, 부인 또는 그 자료를 분석한 전문가들로부터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거짓말의 판정은 인간의 속마음을 안다는 전제가 아니면 판명이 불가능하다. 그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확률의 판단이지 인간은 수많은 편견과 판단 착오를 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말 실수 (mistake), 과장과 패러디, 잘못된 정보 (악의 여부와 상관없이 틀린 정보, misinformation), 악의적 왜곡 정보 (disinformation)의 구분들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객관적 판결이 쉽지 않다.
진실과 사실의 판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들도 수없이 많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 우한 실험실 기원설 등이 그것이고 ‘사회적 거리’라는 개념이 정말 전염을 막는지 등에 관한 논란이나 백신 부작용과 효과 등에 관한 논란이 그것이다.
허위사실의 금지와 처벌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고 사회적 토론을 막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알고 하는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지만 표현의 자유는 옳은 소리를 하는 권리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하는 말만 하라면 기본권으로 보장할 이유도 없다. 틀릴 수 있는 이야기, 엉뚱한 이야기, 소수가 믿는 이야기를 해서 아이디어 경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기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개인들의 거짓말에 의한 명예훼손과 다르게 다루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후보자들은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들은 특정인이 명예를 훼손하는 거짓 정보를 유포할 경우, 언제나 나쁘고 악의적인 뉴스는 좋은 뉴스보다 빨리 퍼지 나간다는 사실과 함께 개인의 방어권이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한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토론과 기자회견 등 수많은 기회와 방법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치인의 경쟁은 ‘정직함’의 경쟁이 아니다. 정치인이 권력을 잡으면 언제나 반대 의견과 반대 세력에 직면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적성국이나 국제적 이해집단이 과장되게 공격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어떤 정책을 채택하든 반대하는 국민과 세력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치인의 능력은 반대 세력의 과장되고 편파적이고 때로는 왜곡된 정보를 뚫고 국민을 설득하고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훌륭한 정치인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수권을 갖는 대통령이 전쟁 때 모든 것을 정직하게 말해서 적이 아군의 전략을 사전에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정치인이 상대의 모함을 답변 못하고 그것을 뒤집고 상대가 부정직한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고 방어에 전전하다가 패배했다면 그의 패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정치인은 정직함이 아니라 전략적 사고와 표현력의 경쟁이고 그것이 능력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다. 물론 정직한 인품까지 갖추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다른 나라에 없는 이 위험한 법이 철폐하자는 주장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라는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자. 이 배경에는 한국의 사람들은 남의 말에 잘 속고, 그에 따라 선택을 바꾼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가짜 뉴스의 공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가정을 하고 있다. 즉 가짜 뉴스가 선거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만약 정보의 유통만으로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고, 안 팔리는 상품을 잘 팔 수 있다면 정치학과 마케팅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미 공화당 대선의 예비 선거에서 가장 크게 기대에 비해 실패한 후보는 프로리다 주지자 드산티스(DeSantis)다. 무려 2천억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예비 선거에 쏟아 부었지만 두 번째 예비 선거가 치루어진 아이오와 주에서 중도 포기를 했어야 했다. 아이오와 예선(caucus)에서 그가 쓴 돈은 득표 당 $6,579불 (한화 약 850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출마 선언을 했을 때 40%의 지지율은 그간 10%대로 주저앉았다. 정보 (광고)만으로 유권자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여러 실증적 연구에서도 거듭 증명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악의적 가짜 뉴스(Disinformation)가 중도의 유권자들의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의심하고 비난하고 경계하지만 실증적 연구들은 그것을 그렇게 지지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업의 성공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쁜 제품을 갖고 광고로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우선 선거에서 페이크 뉴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보면 우리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최고의 학문적 저널 중 하나인 Science에 게재된 논문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위터(Twittwr, 지금은 개명해서 X)의 가짜 뉴스의 소비와 유통에 대한 실증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Fake news on Twitter during the 2016 U.S. presidential election, SCIENCE, 25 Jan 2019). 저자들은 노쓰이스턴 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교수들이다.
트위터의 뉴스 중에 6%가 가짜 뉴스였고, 이 뉴스는 오직 1%의 사용자들에게 가짜 뉴스 소비의 80%를 차지했고, 이글 공유하는 사람들은 0.1%의 사용자에 국한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때는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의 보수적 유권자들이었다.
또 다른 연구도 미국의 가짜 뉴스 웹사이트의 정보를 누가 어떻게 퍼트리는지 추적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짜 뉴스가 있는 웹사이트를 페이스북을 통해 퍼트렸지만 전체 정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적고 그래서 소셜 미디어와 가짜 뉴스에 대한 영향력은 크게 과장되어 있다는 결론이다. 이 논문은 논문은 Nature Human Behaviour에 2020년 게재되었고 저자들은 프린스턴 대학 등 명문대학의 행정학 교수들이다(Guess, A.M., Nyhan, B. & Reifler, J. Exposure to untrustworthy websites in the 2016 US election. Nat Hum Behav 4, 472–480 (2020). https://doi.org/10.1038/s41562-020-0833-x)
가짜 뉴스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실증적 연구는 그 가설을 잘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The Conversation의 최근 기사가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Disinformation is often blamed for swaying elections – the research says something else,January 26, 2024)
이런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 한국의 보수 일각에서는 ‘김대업 병풍 사기’에 의한 이회창 후보의 낙선과, ‘억대 피부 미용실’ 가짜 뉴스에 의한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 시장 낙선의 사례를 들고 나올 것이다.
가짜 뉴스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 가짜 광고가 나쁜 제품도 잘 팔리게 할 것 같은 착각은 이미 심리학에서 오래 전에 제시된 우리의 편견이다. 사회학자 W. Phillips Davison이 제시한 학설로 “제3자 효과”(The Third-person effect) 라고 한다.
이는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자신들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강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간의 자기 중심적 과대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자신은 누가 뭐라든 독립적으로 판단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광고나 거짓말에 쉽사리 현혹되어 생각을 바꾼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이 학설은 여러 곳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가 있다. ‘한국은 다르다’는 말을 할 때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한국인들은 가짜 뉴스에 쉽게 흔들린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가 얼마나 있다고 한국인만 판단력이 결핍된 국민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2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평균 교육 연수가 13.7년으로 아일랜드와 함께 세계 1위다, 일본이 12.8년이고, 미국이 13.3년이다. 유럽의 영국, 노르웨이 등 모든 선진국이 12년이 조금 넘어서 한국보다 낮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국민이 판단력이 떨어지니까 우리는 규제가 당연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사고력이 없는 교육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지 모른다. 그러면 그 말을 하는 자신의 사고력과 판단력은 어떻게 확신하나? 나는 행복하고 나는 부패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불행하게 살고 있고 나라는 썩어 있다는 자기 중심적 편견이 가장 강한 나라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내가 가짜 뉴스에 현혹이 안되고 내 선택에 확신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판단 능력이 더 뛰어날 이유는 잘 없다.
가짜 뉴스를 수용하고 소비하는 것의 효과는 이것으로 선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더하는 ‘강화 효과 (reinforcement effect)’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실증 연구의 결과다.
트럼프를 지지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부정선거로 트럼프가 억울하다는 음모론을 보고 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명분과 확신을 강화한다는 것이지 바이든 지지자가 트럼프의 부정선거론을 듣고 생각을 바꾸는 것은 드물다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귀하가 무슨 이야기를 들으면 이재명 지지로 바뀔 것 같는가?
그럼 김대업 병풍 가짜 뉴스가 이회창 후보를 낙마 시켰는지 알아보자. 아래 그래프는 당시 노무현 이회창의 지지도 변화추이다. 김대업 병풍 사건이 주요 현안이 된 것은 4월 들어서이다.
추세를 보면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게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단일화 조건에 합의한 이후로 대세는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병풍사건 이후에 노무현의 지지율은 되려 보수의 결집에 의해 내려간다. 즉 김대업 병풍 사건 때문에 이회창이 실패했다는 것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보수의 변명에 불과하다.
이회창 후보는 대쪽 같은 성품으로 고령층에게는 인기가 있었지만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소통과 연기력에서 특히 젊은 층과 중도에 어필을 할 수 없는 뻣뻣하고 답답했고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기득권의 올드 보이에 불과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기타를 치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하고, “그럼 내 와이프를 버리란 말이냐”라는 노무현의 연기력은 너무나도 이회창에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핵심 일원으로 일했던 나의 지인은 선거 2주 전에 절대 질 수 없는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보수 이회창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나를 실망시킨 적이 있다. 여론 조사는 그렇게 중요하고 보수의 음모론자들은 지금도 이 과학을 믿지 않는다.
나경원의 억대 미장원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다. 고객 피부 관리 의혹은 2011년 10월 20일 주간지 시사인과 그것을 받아서 “나는 꼼수다”가 받아서 이슈화한 것이다. 하지만 아래 지지율 변화 데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지지율이 박원순 쪽으로 이미 기운 이후다. 따라서 마치 이 의혹만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것을 진 것처럼 단정하고 이야기 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이미 나경원의 이미지는 지금이나 그때나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엘리트의 모습이다. 서울 출신 최고의 학벌에, 특권층 법조인이고 국회의원으로서도 승승장구한 엘리트 모습은 ‘서민의 친구’로 상징되는 박원순에게 지는 구도였다. 억대 미장원의 이야기를 믿은 사람들은 이미 나경원의 ‘엘리트 차도녀’의 이미지로 찍을 의사가 없었던 사람들인 것이다. 여론 추이를 봐도 그것이 분수령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보수 일각에서 우리나라 좌파들은 선동에 능하고 우리 국민들은 선동에 쉽게 속아넘어간다는 견해는 “제3자 효과”의 편견과 오만이 만들어내는 신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에 누가 빠져드는지에 대한 실증연구가 존재한다. 와세다 대학의 연구원 고선규 박사와 공동연구자 이미란의 2017년 대선 (홍준표, 문재인, 유승민, 안철수 등이 대결했던 대선)에서 가짜 뉴스의 소비와 유통에 대한 연구다 (Go, S., & Lee, M. (2020). Analysis of Fake News in the 2017 Korean Presidential Election. Asian Journal for Public Opinion Research, 8(2), 105–125. https://doi.org/10.15206/ajpor.2020.8.2.105)
이 논문은 가짜 뉴스가 양당의 지지자들을 투표하게끔 하는데 영향이 있었다고 (결과에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판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 조사가 예측에 실패하고 투표자들이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경향으로 한계가 있는 결론이라서 주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SNS와 TV가 가짜 뉴스의 유통 경로인데 젊은 세대들은 개방적인 SNS (Facebook) 등의 불특정인들에게서 가짜 뉴스를 접하는데 비해, 고령층은 카톡방과 네이버 밴드 등 폐쇄적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오프라인을 통해 전파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에코 챔버의 문제는 보수 고령층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와 사실들이 이러한데 한국인은 ‘나만 빼고 다 바보들’이라 가짜 뉴스에 현혹이 잘되니 가짜 뉴스를 범죄화하고 선거법 위반으로 계속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정말 이회창과 나경원은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가짜 뉴스에 희생될 정도의 소통 능력뿐이라면 권력을 잡으면 안되는 것이다. 가짜 뉴스에 청년과 노인들 누가 더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재명이 허위사실로 선거법을 위반해서처벌해야 한다면 도이치모터스 혐의에 가짜 해명을 했던 윤 대통령에게도 같은 법을 적용하자고 주장하시라.
제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자유를 속박하는 한국적 규제를 주장할 때는 ‘한국은 다르다’는 증거를 명백하게 제시하시라. 증거가 없는 주장은 의견일 뿐이지 사실이 되지 않는다. 귀하가 판단력이 분명하다면 비슷한 교육을 받고 같은 사회에서 살아온 다른 사람도 같은 지력과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여야 한다.
#김대업 병풍, #나경원 피부미용, #이재명선거법위반, #가짜뉴스, #강화효과, #이회창 노무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정보왜곡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