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웹툰작가’ 주호민의 승리?…장애아를 둔 특수교사의 감동적인 글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최보식의언론=배재희 강호논객]

주호민 유튜브 채널에서
주호민 유튜브 채널에서

수원지법 형사9단독은 유명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자폐 장애)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 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벌금 200만원 선고 유예).

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주씨 측이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들려 보내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며 녹음파일 내용을 A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편집자 주)

최근에 펑펑 울어본 적이 있었나 골몰해보니 겨우 한달 전쯤이었다. 오늘은 그 얘기다. 꼬맹이 교사 시절, 최중도의 장애아동을 돌봤던 적이 있다. 특이질병으로 국내에도 환자가 몇 안되는 케이스.

그 아이는, 그리고 아이 어머니는 아마 내 인생을 가장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빛나는 인물로 꼭 마음에 보석처럼 박아 넣은 사람들이다. 특히 ‘존경’이라는 단어 앞에서 항상 그 여인이 기억의 맨 앞단에 떠오르곤 했다.

교과서에는 이 병을 앓으면 나이 스무살을 넘기기 힘들다고 써있었다. 아이 어머님은 우리 특수학급에 입급시키길 원했다. 학교 수업보다는 의료적인 뭔가가 더 필요해 보였으나, 그녀는 교육을 원했다. 다른 아이처럼, 또래들의 흔한 희노애락이 내 아이에게도 가능하길. 홀로 치매 모친과 중증의 장애자녀를 보살피는 여인에겐 아마 인생의 숨구멍도 필요했을 테다.

주변에 날 아끼는 모두가 뜯어말렸다. 어머님은 무슨 사고가 나든 본인이 책임 지겠다고, 아니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일절 묻지 않겠다고 했으나 분명 사고가 터지면 네가 책임을 뒤집어쓸 거라고 했다. 소송 브로커들이 어떻고 저떻고 사람 마음이 자고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어떻게 다르고  학부모 마음이 분명 바뀔거라고, 너를 방어할 수단이 어떻고 저떻고. ..

교육 경력도 인생살이도 일천했던 나는 ‘그런가 보다’ 싶었다. 녹음기도 샀다. 지금이야 싸구려 만원짜리 녹음기가 쇼핑몰에 흔하지만 그땐 꽤 비쌌다.

결국 녹음기는 손안에 조물락거리기만 했을 뿐, 영원히 켜지지 않았다. 날 아끼는 분들은 몰래 녹음하는 게 정 힘들면, 정식으로 양해를 구하고 기록에 남기라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심약하고 실속없는 인간의 최선단이다. 나는. 그리고 내 인생의 가장 존경스런 두 사람, 학생과 어머님의 인생이 내게 찾아온 거다. 감사한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그날 남루한 감정들을 무릅쓰고 녹음기를 켜지 않았음에. 두 사람의 인생이 내게 던져진 것에.

그 아이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 종종 글 쓰곤 했었다. 언젠가 모 장애관련 사회복지사께서 내가 기고한 두 사람과의 지지고 볶은 스토리에 밤새 울었다고 전해왔다. 너무 힘이 들어 관둘 생각이었다가, 본인 업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고. 힘내서 조금은 더 일해보겠노라고. 나는 아이와 어머님의 인생을, 인간 실존에 관한 어떤 숭고미를 글로 뎃생해서 옮겼을 뿐이다.

유명 웹툰작가-특수교사 소송 건으로 세상이 들썩거렸던 몇 달이었다.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편을 나누어 장애아이 부모인 웹툰 작가를, 특수교사를 지적하고 비난했다.

나처럼 장애가족의 일원이자 특수교사인, 일테면 양편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에겐 쓰라린 몇 달이었다. ‘정서적 학대’의 문제, ‘불법 녹음’의 문제, 통합교육의 문제 같은 시한폭탄 같고 꼬일 대로 꼬인 화두가 몇개나 발 걸친 건이었다.

사람들은 이 일로 저마다의 ‘정의감’이 자극받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듣도 보도 못한 극악하고 저열한 글들을 인터넷에서 목도하면서 프리모 레비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을 떠올렸다. 작가가 유대인 수용소 체험 전후로 겪은 거대한 환멸과 절망에 공감하면서. 그만큼 하수처리장에 부유할 것 같은 글들이 차고 넘쳤다.

진정 뭐가 문제였을까. ‘소송’이다. 소송 자체가 문제였다. 최소한 난 그리 보고 있다. 법적 해결법이 조금의 해법도 될 수 없음을 당사자가 간과한게 제일 치명적이었다. 

가장 인간적 현상인 교육의 문제를 가장 비인간적인 송사로 해결하려 들었던 것. 내가 제일 비참스레 느낀 건 학부모의 녹음도, 교사의 썩 부적절해 보이는 말도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막상 ‘대화’가 없었다. 울고 따지고 해명하고 화해하고 목청 높여서 감정 상하고,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과정이라곤 없이 일단 소장부터 써내렸다. 그 처연한 몰인간적 절차들을 나는 여전히 탓만 하고 싶다. 꼬이고 꼬인 인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것 같던 법적 쟁송은 결국 양편 모두를 망가뜨렸다. 

웹툰작가 학부모는 사건이 커지자 ‘자살’을 골몰했다고 밝혔다. 특수교사도 똑같았다. 운전대를 놓아버리려다 가족 생각하며 버틴 게 여러번이었다고 한다. 고소인도 피고소인으로 심판대에 올려진 이도 삶을 내던져버리고 싶을만큼 붕과시키는, 송사란 그런 것이다. 파멸당하거나 파멸시키거나. 통념적인 어떤 인간 개인이 편히 버티어설 수 없다.

교육의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몫, 휴머니티의 영역이다. 그들은 만나서 멱살이라도 잡았어야 했다. 지지고 볶고 울고 웃는 인간의 흔한 해법을 그들은 어떤 이유에선가 놓아버렸고 처절한 인간소외적 고통의 경험으로 돌려받고 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학부모 측의 단견이 뼈아프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의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양편 다 소중했던 그곳 그 교실을 떠나서, 지상의 어딘가에서 고통을 부유하고 있다.

만나길 바란다. 죽음까지 떠올렸던 사람들이 이제와 무슨 자존심이며 법적 이해인가.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내던져진 학부모, 교사가 서로의 얼굴에서 희노애락의 닮은 꼴을 확인하기 바란다. 거울을 대면하듯 상대의 고통을, 서러움에서 자기 비극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양측 다 좋은 사람들이었을것이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혹자는 신파라고 힐난하지만 웹툰작가가 원작했었던 영화를 보고 난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이십년차 경력에 가까운 나는 지금껏 그 특수교사처럼 학부모들께 놀랍도록 좋은 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 만나시라. 만나길 바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내가 최근에 펑펑 울었던 사연의 디테일은 이러하다. 보석같은 존재라고 말했던 그 아이, 갑자기 휴대폰 메신저에 이십여년만에 그의 업데이트 알림이 떴다. 심장이 마구 마구 뛰었다. 스무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그 질병의 예후를 잘 알기에. 두려워서 연락해볼 엄두조차 못내고 살았다. 건강히 지내고 있었던걸까. 병원에 있는걸까. 벌써 서른이 한참 넘었을텐데. 아직도 그 동네일까. 어머니는 아픈 곳이 많으셨는데 괜찮으실까.

이십여년만의 알람 메시지는 무슨 사연인걸까. 혹시 1~5%라는 의료적 확률을 돌파했나. 정리 안된 수많은 생각이 어지럽게 얽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OO야. 나 선생님이야. 기억나니?’ 조마조마한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답이 왔다. ‘다른 사람입니다. 잘못 보내신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꺾었고 한참이나 휴대폰을 붙들고 들썩였다. 그제야 후회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에게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게. 어머님께 한없이 존경한다고, 당신의 눈물이 부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씻기웠으면 한다고, 나는 낯이 가려워서 끝내 그 말들 해주지 못했다. 후회한다. 참 많은 것들을.

만나시길 바란다. 웹툰작가 학부모도 특수교사도. 부탁이며 염원이다. 

특수교사노조 집회

경기교사노동조합 제공

#주호민 아들, #특수교사 유죄, #주호민 자살 생각, #주호민 유튜브

최보식의언론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AI 추천] 공감 뉴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기사들도 전기차 손절" 요즘 택시, '이 자동차'가 대세 됐습니다
  • “빠르고 강력한 EV9 등장에 국내외 발칵!” 기아 EV9 GT 출시 예고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묻고 더블로 가?” 비리로 압수수색 받은 다음날 음주운전까지 한 시의원
  • “출근길의 충격” 도로 뒤덮은 흰색 액체 테러… 이것 뭐예요?
  • “싼타페·쏘렌토 타는 아빠들 주목!” 4천만 원대 하이브리드 SUV 공개
  • “신호도, 깜빡이도 모른다” 그런데 합법적 무면허?, 운전자 미치는 ‘이 것’!
  • “무쏘 재출시 확정!” 전설적인 픽업 트럭, 전기차로 돌아온다
  • “예비 오너들, 83만원씩 뜯긴다” 이젠 정부 때문에 차도 못살 지경!
  • “연 수입 40억, 전현무” 새로운 캠핑카 또 뽑았다! 나혼산에서 공개된 뉴 ‘무카’
  • “스틱 없어지겠네” 운전면허시험장, 이제 ‘이 차’도 들어온다!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심장이 콩닥콩닥”.. 1070마력 괴물 등장에 슈퍼카 업계 ‘긴장’

    차·테크 

  • 2
    유네스코 선정 세계 문화유산 10곳, 죽기 전 꼭 가봐야할 1월 국내 여행지

    여행맛집 

  • 3
    [2024 영화①] 손익분기점 넘긴 한국영화10편 … ‘파묘’ ‘범죄도시4’ 천만

    연예 

  • 4
    “굵직한 영입…”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 K리그 '깜짝' 이적 소식 나왔다

    스포츠 

  • 5
    아나운서 김대호, 4개월 만에 명문대 합격

    연예 

[AI 추천] 인기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지금 뜨는 뉴스

  • 1
    "미쳤다 X예쁘다" 별되2 '아나이스' 전투 영상이 없다고?

    차·테크 

  • 2
    그랜저·아이오닉 잇는 대한민국 명차 계보 “올해는 다르다”…왜?

    차·테크 

  • 3
    "고마워 쟈기"…박하선, 이러니 ♥류수영이 지극정성

    연예 

  • 4
    임영웅 기록 넘보는 아이유의 공연 실황 온다

    연예 

  • 5
    집회로 언 몸을 녹이기 좋은 헌법재판소 앞 바 3

    연예 

[AI 추천] 추천 뉴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기사들도 전기차 손절" 요즘 택시, '이 자동차'가 대세 됐습니다
  • “빠르고 강력한 EV9 등장에 국내외 발칵!” 기아 EV9 GT 출시 예고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묻고 더블로 가?” 비리로 압수수색 받은 다음날 음주운전까지 한 시의원
  • “출근길의 충격” 도로 뒤덮은 흰색 액체 테러… 이것 뭐예요?
  • “싼타페·쏘렌토 타는 아빠들 주목!” 4천만 원대 하이브리드 SUV 공개
  • “신호도, 깜빡이도 모른다” 그런데 합법적 무면허?, 운전자 미치는 ‘이 것’!
  • “무쏘 재출시 확정!” 전설적인 픽업 트럭, 전기차로 돌아온다
  • “예비 오너들, 83만원씩 뜯긴다” 이젠 정부 때문에 차도 못살 지경!
  • “연 수입 40억, 전현무” 새로운 캠핑카 또 뽑았다! 나혼산에서 공개된 뉴 ‘무카’
  • “스틱 없어지겠네” 운전면허시험장, 이제 ‘이 차’도 들어온다!

추천 뉴스

  • 1
    “심장이 콩닥콩닥”.. 1070마력 괴물 등장에 슈퍼카 업계 ‘긴장’

    차·테크 

  • 2
    유네스코 선정 세계 문화유산 10곳, 죽기 전 꼭 가봐야할 1월 국내 여행지

    여행맛집 

  • 3
    [2024 영화①] 손익분기점 넘긴 한국영화10편 … ‘파묘’ ‘범죄도시4’ 천만

    연예 

  • 4
    “굵직한 영입…”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 K리그 '깜짝' 이적 소식 나왔다

    스포츠 

  • 5
    아나운서 김대호, 4개월 만에 명문대 합격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미쳤다 X예쁘다" 별되2 '아나이스' 전투 영상이 없다고?

    차·테크 

  • 2
    그랜저·아이오닉 잇는 대한민국 명차 계보 “올해는 다르다”…왜?

    차·테크 

  • 3
    "고마워 쟈기"…박하선, 이러니 ♥류수영이 지극정성

    연예 

  • 4
    임영웅 기록 넘보는 아이유의 공연 실황 온다

    연예 

  • 5
    집회로 언 몸을 녹이기 좋은 헌법재판소 앞 바 3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