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포기는 당연한 일…월급 400만원으로 축소 가장 중요”
“국회의원 실질연봉 5억원, 4년간 모두 1조원 이상 쓴다”
“국회의원들 95%가 권력의 상징 금배지 항상 달고 다닌다”
[※ 편집자 주= 장기표 특권폐지정당(가칭) 상임대표의 인터뷰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분량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첫 번째 기사는 1월20일 [삶] 국회의원 나에게 세비 1억5천만원이 돈인가요…실질 연봉 5억원인데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는 1월29일 [삶]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 있나요”(종합)라는 제목으로 각각 송고됐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이 공급하는 돈은 4년 재임 기간 1조원이나 된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의원사무실 경비 1억1천여만원, 보좌진 9명에 대한 급여 5억4천만원을 합하면 8억원이고, 국회의원 300명으로 계산하면 연간 2천400억원이다. 4년이면 1조원이 된다. 표면에 드러난 것만 합해도 이 정도다. 박찬종 변호사는 의원회관 임대료 등 모든 것을 합치면 1조8천억원이나 된다고 했다.
그런 그들이 무엇을 이뤄냈는지 알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말장난, 막말, 비난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고 한다. 헌법기관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금배지를 달아보겠다면서 공정, 정의, 상식을 짓밟는데 누구보다 앞장선다.
그들에게는 헌법이나 법률이라는 게 없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법치는 서민용일 뿐이다.
오는 4월 총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감옥에 가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발표를 하면서 본인이 정의롭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잘못했으면 감옥에 가야 하고, 일을 안 했으면 세비를 안 받는 게 당연한데, 이제는 그런 짓을 그만두고자 하니 뽑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도둑질 같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겠으니 국회의원 자격을 충분히 갖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인데, 국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이 정치 구조에 이제 국민은 분노할 기력도 없다
평범한 국민들 가운데 누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놓고는 감옥에 갈 수 없다고 버티는가?. 어떤 국민이 감옥에 가 있으면서도 1억5천만원의 연봉을 달라고 하는가?. 어떤 국민이 더 이상 횡령, 뇌물수수 등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니 자신을 입사시키라고 당당히 말하는가?.
대한민국의 국민 5천만명 가운데 이런 생각과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국민의 하인이며 종이며 심부름꾼이라고 한다.
장기표 특권폐지당(가칭) 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거나 감옥에 갈 경우에 세비 반납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급여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1년 전인 작년 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월급은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이 적당하다고 했다.
당시 기사 제목은 [삶] ‘영원한 재야’ 장기표 “대통령·국회의원 월급 350만원 적당”(2023년 1월13일)이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3개월 후인 작년 4월에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특권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거의 대부분 의원은 웃어넘기고, 조롱까지 했다. 장 대표의 특권폐지에 동조하는 의원에게는 왕따까지 서슴지 않았다.
장 대표는 특권폐지 정당으로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특권을 폐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달 초에 특권폐지정당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17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180여가지나 되는 특권 중에서 고작 몇 가지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다른 모든 특권은 반드시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세비를 국민의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월 400만원으로 낮추고, 보좌진을 3명으로 줄이며, 각종 특혜를 없애야 한다”면서 “특권 폐지를 통해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국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국회의원 ‘빽’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나라”라면서 “심지어 나 같은 사람한테도 인사청탁이 들어올 정도”라고 했다.
장 대표는 젊은 시절, 서울법대에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간의 투옥과 12년간의 수배 생활을 했다.
—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대단히 많은데, 다시 한번 요약한다면.
▲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팩트 없이 막말해서 상대방의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없다.
국회의원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1억5천7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액면 수준으로는 전 세계 3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그들은 개인적인 파렴치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급여를 받는다. 세비에는 설날과 추석의 명절휴가비 414만원씩 828만원이 들어있는데, 국민이 의원들에게 명절휴가비를 주는 셈이다.
의원들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뿐 아니라 사무실 지원 경비의 절반은 개인용이다. 거의 매년 3억원의 후원금을 받는데,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에 이 후원금은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것만 계산해도 5억원이나 된다.
의원들은 사무실 지원비 명목으로 연간 1억원 정도를 받는다. 연간 기준으로 홍보물 인쇄비 1천200만 원, 우편 요금 755만 원, 문자 발송비 700만 원, 차량 유지비 430만 원, 차량 유류비 1천300만 원, 야근 식대 770만 원, 업무용 택시비 100만 원 등이다.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데도 문자 발송비를 받고, 차가 고장 나지 않는데도 차량 유지비를 받으며, 야근하지 않는데도 야근 식대를 받는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월 1천만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그들이 어디에 이 돈을 쓰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상임위원장의 월 차량 유지비는 100만원이다. 차량이 고장 나지 않아도 돈은 준다. 관용차도 아닌 개인 차량이 매달 계속 고장 난다는 전제로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마음대로 이용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이렇게 많은 보좌진을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은 국회의원 1명당 3명이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국회의원 2명당 비서가 1명이다. 한국의 보좌진 중 1명은 수행비서처럼 따라다니고, 다른 1명은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 선거철이 되면 보좌진 대부분은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에 나선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므로 이런 행위를 하면 불법이다. 선관위는 알아도 모른 체 한다. 한국에 부패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이나 되고 호화판이다. 의원 방이 따로 있고, 잠자는 곳도 있다. 유럽에서는 여러 명의 의원이 좁은 공간을 칸막이로 나눠 사용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의원연금이라는 것도 있다. 19대 이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65세 이후에 받는 연금은 월 120만 원이다. 의원으로 하루만 일했어도 이 돈을 받는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국민연금 평균인 54만원의 2배나 된다. 그들은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민이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부어야 한다.
— 특권 외에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는 뇌물이 들어오는 창구다. 이 행사에서 내는 돈에는 한도가 없고, 영수증도 없다. 뇌물이 의심돼도 수사당국이 조사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거둬들이는 뇌물성 돈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국회의원 당사자만 안다.
경조사비의 경우, 국회의원이 내는 축의금과 부의금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국회의원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돈에는 제한이 없다. 이러니 결혼식과 장례식을 통해 거액의 뇌물이 들어온다. 한국 사람들은 바빠도 장례식에는 가는 문화가 있어 국회의원들이 장례식을 통해 거둬들이는 돈은 대단히 많을 것이다.
기업체들은 수시로 의원회관을 드나들며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로비를 한다. 법의 개정과 제정에 따라 기업 수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체들이 말로만 국회의원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거액의 뇌물성 자금을 건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국회의원들은 지자체장과 지방단체 의원에 대한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공천을 받는 사람은 2억∼3억원을 뇌물로 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자체장,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국회의원이 받는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지방의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뇌물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해줘야 한다. 거의 대부분이 국회의원의 비서나 선거운동원 역할을 한다.
정당들이 국민의 돈을 가져가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거대 양당은 선거 때 각각 200억원 정도를 국가로부터 미리 받고, 선거가 끝나면 선거비용 명세서를 제출해 대부분을 보전받는다. 국가가 선거에 쓰라고 선거보조비를 주고서는 선거가 끝나면 다시 그만한 돈을 보전해준다. 선거비용으로 쓰라고 국가가 돈을 주었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하는데, 선거비용으로 썼다고 다시 그만한 돈을 ‘보전’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누가 봐도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이중 지원’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이 규정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선관위가 몇 차례에 걸쳐 ‘이중 지원’이 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할 걸 요구했으나 국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작년 가을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우리가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도대체 국민이 당사자가 아니라면 누가 당사자인지 묻고 싶다. 한국에는 이렇게 부패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게다가 정당에는 국고에서 수백억 원의 경상보조금이 지원된다. 선거보조금과는 별도다. 당비로 운영돼야 할 정당에 일반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정당들은 국민의 돈인 선거보조금과 경상보조금으로 서울 여의도 요지에 당사를 구입했는데, 그 당사 사무실은 임대하고 국회를 당사로 쓰고 있다. 당사로 매입한 건물값이 2배 이상 올라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된 데다 임대까지 하고 있으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업자’라는 말을 들어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 국회의원 금배지도 없애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 국회의원 금배지는 은에다 금을 입힌 것이다. 가격이 비싸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95% 이상이 이 배지를 항상 달고 다닌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배지를 왜 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에 국회의원의 금배지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중간에 좌절됐다.
— 국회의원들은 왜 굳이 금배지를 달고 다니려 하나.
▲ 금배지는 권위의 상징이다. 자기는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임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없애는 게 맞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많은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권력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준 것이지 자랑하라고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이럴 바에는 국회의원을 없애는 것이 낫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 그런 의견에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없는 나라는 없다. 옛 아테네처럼 국민 규모가 작은 도시국가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했지만, 규모가 커지면 국민의 대표기관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회다.
— 실망한 나머지 대의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마저 생겨나고 있다.
▲ 옛날에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삼류 정치라고 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공화정) 방식은 최악의 결정을 막고, 최악의 결정이 있더라도 지속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설령 국민의 대표기관이 잘못된 국정운영을 하더라도 몇 년 후 다음 선거를 통해 대표기관을 교체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근대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300년 이상이 흘렀다. 그 기간에 독일의 히틀러 같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플라톤이 말했던 철인정치의 경우, 그 철인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에는 바로잡기가 어렵다.
— 민주주의 목적은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것인가.
▲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철학적 의미는 자기 결정권이다. 사람들은 사회발전을 위한 결정, 국가정책을 위한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확보한다. 물론, 국회의원이라는 대리자를 통해 결정에 참여하는 간접적 방식이지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 체제 중 자유 민주주의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 국회의원들이 왜 이렇게 부패했나.
▲ 특권층이 돈을 벌기 위해 부패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부패한 것이다.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런 부패는 ‘돈 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하나.
▲ ‘돈 주의'(황금만능주의)가 가장 강한 나라가 한국이다. 얼마 전에 각국의 국민의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봤더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정이라고 말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돈이라고 했다.
—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됐나.
▲ 압축성장을 하면서 기본 윤리와 도덕을 무시한 결과다. 우리나라 재벌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권력에 줄을 대서 각종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탕주의가 성행했다. 한국처럼 도박 성향이 강한 나라도 없다.
— 국회의원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권력 기관인가.
▲ 국회의원은 굉장한 권력기관이다. 입법권과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등도 막강한 권력이지만, 시민들이 ‘국회의원 빽’ 안 쓰고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인사청탁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으려면 국회의원을 통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 공공기관이 왜 국회의원 청탁을 들어줘야 하나.
▲ 국회의원이 무슨 청탁을 했는데 거부당하면 국정감사 때 그 기관을 괴롭힌다. 그러니 공공기관들이 청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 질이 안 좋은 국회의원들만 그러는 것 아닌가.
▲ 좋은 국회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기간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있는데, 그가 어느 날 부탁해오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아닌 나한테도 온갖 청탁이 들어오곤 한다. 물론, 나는 이런 요청을 들어줄 힘도 없다.
— 국회의원들은 여러 행사에 가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던데.
▲ 자기가 주최 측이거나 행사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행사장에 가면 연설을 하려 한다. 그리고 맨 앞자리에 앉으려 한다.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면 차라리 안 온다고 한다. 주최 측은 이런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는 일이 많다.
—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정치가 낙후됐다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정치가 다른 분야를 이끌었던 시대가 있었나.
▲ 과거에도 정치가 다른 분야를 이끌어왔다고 볼 수 없었지만, 지금처럼 부패하지는 않았다. 현직 국회의원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전과자라고 하지 않는가.
— 어떻게 해야 하나.
▲ 제대로 된 제3세력이 나와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데, 그게 틀린 내용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잘못에 대해 비난하는데, 그것도 맞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서로 수용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정치 양극화가 심해진다. 양극화는 경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양당을 극복할 수 있는 제3당이 나와야 한다. 특권폐지정당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정치적 목표다.
— 지역주의 때문에 3당의 정착이 쉽지 않을 듯한데.
▲ 영남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가끔 나온다. 부산, 대구에 그런 사례가 있다. 호남은 이정현 씨 등 불과 2∼3명의 국민의힘 쪽 의원이 있었을 뿐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당이 호남을 싹쓸이했다. 이런 점에서 영호남 유권자들을 비난하기보다 이들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치권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유권자들은 바뀔 수 있다.
— 역대 정치인 중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 노력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다.
— 김대중 대통령은 어떤가.
▲ 그분은 지역주의를 심화시킨 사람이다. 그는 1987년 대선 당시에 사자 필승론을 내세웠다.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과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면 자기가 승리한다는 논리였다. 영남지역에서는 김영삼과 노태우로 표가 분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영남 사람은 김영삼이나 노태우를 찍고, 호남 사람은 자기를 찍으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공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면회를 왔기에 황금분할이라는 이름의 정치 판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일이 있다. 나는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에게 “김 선생님, 황금분할이 무슨 말입니까?. 지역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인데, 이것에 승복하면 됩니까?”라고 했다.
— 지역등권론은 무엇인가.
▲ 김대중 대통령이 지역등권론을 제시했는데,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자기 지역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영남 사람이 영남 후보, 호남 사람이 호남 후보를 지지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지역주의를 하자는 것으로, 망국적 지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 결과는 어떻게 됐나.
▲ 김대중 씨는 지역주의를 정당화한 지역등권론에 힘입어 대통령이 됐다.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라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든, 잘못했든 국가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 호남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호남 사람들이 서울에서 하숙집을 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던 시절이었다.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런 지역감정이 줄어든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 국회의원 특권이 폐지되면 한국 정치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 지금은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출마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사람은 국회 입성이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특권이 폐지되면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올 것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다른 분야의 개혁도 불러온다. 법조인들의 전관예우, 고위공직자들의 로펌행 등 우리 사회에 만연된 특권과 부패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이달 초에 특권폐지정당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5명의 의원을 배출하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세비 월 1천300만원 가운데 근로자 평균임금인 400만원만 받고, 나머지를 모두 반납할 것이다. 의원 보좌진 9명 가운데 3명만 채용할 것이다. 이 밖에 많은 특권도 없앨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당도 따라오고, 정치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 국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뀔 때가 됐다. 정치가 이렇게나 국민을 실망시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극즉반(物極則反)이란 말이 있다. 사물이 극단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반전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나 난장판이 됐으니 이제는 대반전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특권폐지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취재지원 홍지희·이다빈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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