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열의 90%를 흡수하고 있는 해양이 탄소중립 이후의 기후회복을 방해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해양의 늦은 반격’이라고 표현하면서 탄소중립 시점을 더욱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와 포스텍(POSTECH)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 연구팀은 2일 탄소중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패턴을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심해에 축적되고 있는 열은 탄소중립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기후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위도 해양에서는 온도 상승이 더 두드러지고 적도 태평양 지역에서는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 남극 등 고위도 해양의 수온이 높아지면 빙하와 해양 빙붕의 녹는 속도가 빨라져 해수면 상승속도가 높아진다. 또 폭우, 가뭄, 폭풍우 등 극한기상현상이 더 빈번하고 심각해진다.
태평양 동쪽 적도 인근 해양의 표층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지구 온난화와 함께 일어나면 북반구의 겨울 폭우, 남반구의 여름 가뭄 등 기상이변이 촉발된다.
전 지구 자오면 순환의 시작점인 열대수렴대(ITCZ)는 남하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적도 전선’이라고도 불리는 열대수렴대에선 북반구와 남반구의 무역풍이 만나 상승기류가 생기면서 무풍대(無風帶)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남쪽으로 내려가면 기후변화로 지역별 가뭄과 폭우의 양극화 등 워터리스크(Water Risk)가 더 높아진다.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강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오지훈 포스텍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깊은 바다를 통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탄소중립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된 후 지구온난화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특정한 기후변화 패턴을 만들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해 도출됐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KISTI 슈퍼컴퓨터 누리온에서 최대 3만4000개의 CPU(중앙처리장치) 코어를 3개월간 사용하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는 1초에 1600조 번의 연산처리를 하는 속도다.
국종성 포스텍 교수는 “슈퍼컴퓨터가 발전해 과거에는 쉽게 연구하지 못했던 과거 혹은 미래 기후변화 연구들을 수행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민중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 역시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 덕분에 탄소중립 이후 기후변화 패턴을 예측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어 “5호기 대비 23배 높은 성능일 6호기가 도입되면 더욱 복잡한 역학 및 물리 과정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으로 더 정밀한 기후변화 예측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2024년 2월 2일자로 게재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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