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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태양광에서 중국에 뒤처진 미국, SMR 통해 친환경 에너지 주도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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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보그틀 원자력 발전소 3호기 모습. 해당 발전소는 냉각 계통 등의 문제로 올해 2분기까지 상용 운영이 연기됐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주도권을 내준 미국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각) CNN은 미국이 SMR을 통해 국제 원자력 에너지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이 SMR 기술을 적극적으로 미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이미 중국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자력 에너지를 통해 저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노리는 시장은 주로 한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파악됐다. 세계원자력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신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인 적 있었다.

CNN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자극했던 각국의 공포는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국가 정부가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원자로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SMR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내놓은 세계 에너지 산업 전망을 통해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력을 극복한 세계 원자력 발전 규모가 2025년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원자력 발전이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전력 발전을 위한 토지 사용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통계업체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지난달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별로 필요한 토지 사용면적이 가장 적은 것은 원자력 발전으로 필요한 면적은 1메가와트시당 0.3제곱미터였다.

반면 태양광은 1메가와트시당 19제곱미터, 석탄발전은 21제곱미터가 필요했다.

여기서 기준으로 잡은 토지 사용면적은 자원 채굴, 발전소 건설, 사용하는 연료,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포함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SMR 지원 계획을 세워뒀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향후 국제 프로그램 ‘책임감 있는 SMR 기술 활용 기반 마련 계획(FIRST)’에 7200만 달러(약 952억 원) 이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COP28에서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Fund) 기금에 내놓은 금액(175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많았다.

CNN에 따르면 미국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IDFC)도 지난해 미국’일본 합작법인 ‘제너럴일렉트릭-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에서 진행하는 SMR 사업에 각각 30억 달러(3조9705억 원), 10억 달러(약 1조3235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COP28에서 한국 등 25개국이 서명한 2050년 원자력 에너지 3배 서약에도 동참했다.

미국 SMR 개발 기업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력 발전 방법 TWR(Traveling Wave Reactor)가 발전소로 구현된 그래픽 이미지. <테라파워>

그러나 SMR은 기존 원자력발전은 물론 화석연료발전보다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CNN은 “미국이 정말로 SMR 기술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이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같은 분야에 뛰어든 다른 국가들은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도 뉴스케일의 아이다호 SMR 건립 계획은 2020년에 허가는 받아냈으나 지난해 11월 건설 비용이 예측보다 두 배 이상 늘 것이라는 예상에 중단됐다.

존 파슨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선임교수는 CNN을 통해 “최우선 목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소보다 (SMR이) 값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라며 “화력발전소는 값싸게 돌릴 수 있지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dirty)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에너지 업계에서는 SMR이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구현되더라도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모하메드 함다위 라이스타드 에너지 재생에너지 부사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 컨센서스가 형성은 됐으나 SMR 업계가 수년 내로 부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최소 2040년까지도 에너지 믹스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상용화 속도에서도 미국 SMR은 러시아, 중국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쉬 프리드 글로벌 싱크탱크 ‘제3의 길’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대표는 “(SMR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수많은 원자로 개발 및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라 미국이 (SMR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면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이집트, 이란 등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알렉세이 리하체프 로사톰(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 사장은 지난해 3월 타스통신을 통해 “수십개가 넘는 나라들이 러시아의 신형 SMR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국내에 세계 최초 상용 SMR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링룽 1호기의 핵심 모듈 설치를 완료했다.

이에 크리스틴 커틀러 미국 내무부 원자력 에너지 혁신부문 선임 전략가는 “미국 원자력 사업자들은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는 중국과 러시아 원전 사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원전 계약은 수십 년 단위로 이뤄지기에 신뢰가 중요한 거래인 만큼 미국은 이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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