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심의 재개로 ‘중징계’가 예상되는 방송사 9곳 중 MBC와 O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자막 수정, 영상 비공개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앞두고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보도해 지난달 30일 방통심의위로부터 ‘의견진술’이 의결된 방송은 2022년 9월22일자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뉴스’ ‘OBS 뉴스 O’,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TOP10’, JTBC ‘뉴스룸’, MBN ‘프레스룸’, YTN ‘더뉴스 1부’ 등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MBC와 OBS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들이 △ ‘바이든’이라고 명시된 기사 제목, 영상 자막, 기사 문구를 ‘OOO’으로 바꾸거나 △ 윤석열 대통령 발언 자막을 지우거나 △ 전체영상에서 관련 리포트를 삭제하거나 △ 해당 날짜의 방송을 비공개하거나 △ 사과 문구를 포함하거나 △ 정정보도 MBC 패소 판결 결과를 고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난달 22일 방통심의위가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심의하겠다고 예고한 뒤 시작됐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2일 정정보도 소송 1심에서 MBC가 외교부에 패소하자 지난해 5월 의결보류됐던 9곳 방송사들을 심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TV조선은 지난달 23일 관련 리포트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자막을 삭제했다. 텍스트 기사 본문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을 지웠다. TV조선은 기사 말미에 “해당 기사와 관련한 2024년 1월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영상의 일부 자막과 본문의 일부 문장을 삭제합니다. 시청자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MBN도 지난달 23일 <미 뉴욕서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민주 “외교 대참사” 파상공세> 기사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삭제했다. 심의 대상이 됐던 2022년 9월22일자 ‘MBN 프레스룸’은 비공개 처리된 상황이다. MBN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에 “대담 프로그램 특성상 논란이 되는 워딩이 반복적으로 계속 쓰일 수 밖에 없다. 일일이 삭제하는 등 사후 처리가 어려워 비공개 처리했다”며 “대신 대표 프로그램인 메인뉴스 리포트 말미에 당시 대통령실의 해명을 넣었다”고 말했다.
2022년 9월22일자 KBS ‘뉴스9’ 유튜브 풀영상에서 ‘바이든-날리면’ 리포트를 삭제됐다. 또한 KBS는 지난달 24일 <尹 “이 XX들이, 쪽팔려서” 막말 논란…“참사” vs “사적 발언”> 기사에서 ‘바이든’ 자막을 ‘OOO’로 수정한 뒤 “판결을 반영하여 일부 앵커멘트와 기사 문장, 그리고 일부 영상 자막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KBS는 수정 경위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YTN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 ‘막말’ 논란...野 “대형 외교사고” 총공세> 기사 등에서 문구 수정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12일 MBC 패소 판결을 기사 말미에 고지했다. JTBC는 지난달 28일 ‘바이든’ 자막과 기사 문구를 수정했다. SBS도 지난달 31일 ‘바이든’이라고 명시된 기사 제목과 영상 자막 등을 수정했다.
채널A는 2022년 9월22일자 ‘뉴스TOP10’ 유튜브에서 ‘1심 판결에 따른 것’이라며 수정 링크를 공유했다. 링크를 타면 ‘바이든’이 ‘OOO’로 바뀐 방송이 나온다. 수정 날짜는 명시되지 않았다.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앞두고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방송사들의 조치로 보인다.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앞두고 해당 방송을 삭제하거나 정정할 경우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경우가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YTN은 “2022년 9월22일 방송에서 ‘바이든’만 표기한 총 10건 미만의 단신-리포트-국회연결-출연 등에 고지문을 안내하였다”며 “다음 심사에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방통심의위 측에 보냈다.
특정 시점에 일부 방송사들이 일괄 수정 조치를 내리자 방통심의위 측에서 일부 방송사에만 사전 언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내를 받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타사가 수정된 것을 보고 조치했다. 언질을 받은 곳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MBC 측은 “방통심의위로부터 연락 받은 게 없다. 타사 수정 상황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방통심의위 홍보팀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니 따로 안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KBS는 방통심의위와 사전 공유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MBN 측은 “자체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SBS는 “따로 드릴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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