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문제 결정을 놓고 전 당원투표를 위한 실무절차에 착수했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원들이 선거제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방법을 이 대표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당원투표를 할지 말지도 다시 재검토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으로 회귀할 것처럼 언급했다가 뭇매가 쏟아지자 지금껏 입장 표명을 피해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실 앞에서 연 최고위원회의 결과 백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에서는 선거제도 관련한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고, 선거제도 관련해서 당이 입장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 위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위임대상을 두고 “포괄적인 위임”이라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전 당원투표제 논의도 나왔느냐’는 질의에 “자세한 논의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대표가 결단하는 방향으로 정하면, 전 당원 투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의에 강 대변인은 “선거제도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 포괄적 권한 위임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내 지도부 결정없이 전당원 투표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에 대한 논의도 있었는지’를 묻자 강 대변인은 “선거제도 관련 최고위원회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고, 관련해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 위임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권혁기 당 대표 비서실 정무실장은 백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투표 여부를 두고 “전 당원 투표 할지 말지, 언제할 지, 이런 건 논의도 안 됐다”며 “(실무절차 착수한 것은) 맞고, 실무자 입장에서 혹시 모르니 실무적 준비를 해야 할 것 아니냐. (다만) 전당원 투표를 한다고 결정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권 실장은 “누군가가 실무 준비 착수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플레이한 것 뿐”이라며 “당이 그런 결정을 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럼 실무절차에는 왜 착수한 거냐’, ‘당원투표 하려고 실무절차 착수한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권 실장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며 “드릴 말씀 없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한테 권한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했느냐고 묻자 권 실장은 “세상에 그런 정치인이 어딨나”라고 부인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원 투표 관련 보도를 두고 “지도부에서 결정하지도 논의하지도 않은 사안인데도 참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의총에서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 바 있는 만큼 저희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전 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위성정당을 창당할 때,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할 때, 전 당원투표로 동의를 얻어 실행했지만, 그 이후 큰 후폭풍에 시달렸고 지금까지도 떼고 싶어도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로 남아있다”며 “숨지 말아야 한다. 총선은 국민들과의 시간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인지를 최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어떤 결정을 하든 어딘가에 기대려 하기보다는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며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비례대표 선거제를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당대표와 지도부의 선거제 퇴행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당원 투표를 거쳐 민주당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채택한다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선거제 퇴행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개혁을 좌초시키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당원 투표라는 요식행위를 거쳐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정치개혁 약속을 파기하는 책임은 오롯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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