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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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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이은 유보를 넘어 언제 금리가 내려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22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이 정체 또는 침체를 겪었기에,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다.

유명한 자본화 공식에 따르면 금리가 내리면 당연히 집값이 오른다. 자산가치(V)는 순소득(y)을 할인율(r)로 나눈 값이다. 이 공식을 주택에 대입하면 월세(y)가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집값(V)과 금리(r)는 반비례 관계이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른다. 이렇게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런데 2024년 전미경제학회에서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한다는 흥미로운 발표가 나왔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금리와 집값 사이의 뻔하지 않은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법칙(natural law)의 당연한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인간사회에서 경제지리학의 맥락의존적 설명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무서워서 이사를 못 하면 집값 상승

재니스 에벌리 교수는 최근 금리 상승 기간 오히려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매물 잠김효과로 설명했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사하려면, 기존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신규주택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너무 올라서 동일한 가격의 주택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추가되는 이자비용이 천만 원이 넘을 수 있다. 이처럼 늘어난 이자가 무서워서 이사를 못 하니까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공급이 적어지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에게는 이러한 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면 아무리 오래전에 빌렸던 기존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도 그만큼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집을 살 때 20~30년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일명 ‘모기지'(mortgage)를 받는다. 대출을 받을 때 결정한 이자율 그대로 몇 십 년이든 만기까지 갚으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 시기에 받은 모기지를 갚고 고금리 시기에 모기지를 새롭게 받아서 집을 사는 일은 웬만하면 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재니스 에벌리 교수의 매물 잠김효과 설명은 20~30년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라는 미국의 특수한 맥락에 의존한다. 빌려줄 때 설정한 이자율 그대로 20~30년 만기까지 쭉 갚는 금융상품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이러한 모기지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지배적인 수단이 될 정도로 널리 퍼져있어야 한다.

필자가 알기에 그런 나라는 미국을 포함하여 손에 꼽을 정도이고, 확실하게 한국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단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한국에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남의 전세자금대출로 레버리지 효과를 추구하는 갭투자

아래 그래프는 한국의 기준금리와 주택가격의 관계를 보여준다. 일단 금리가 내릴 때 집값이 상승했는지부터 살펴보자.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금리가 계속 하락했지만 주택가격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금리 인하와 더불어 주택가격이 하락 또는 정체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금리가 0.5%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0.5% 초저금리 위력이 대단할 수 있지만 그래도 금리 인하 시기에 너무나 다른 경향이 도드라진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금리의 영향력을 주택시장에 전달하는 경로이다.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표적인 전달경로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정부는 2015년을 기점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를 완화한 2015년 이전에는 금리 인하에도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해 정점에 오른 2020년 이후에야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금리와 규제의 영향력이 주택시장에 도달하는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때 금리 인하의 새로운 전달경로로 전세자금대출을 주목해야 한다. 대출금액은 주택담보대출이 전세자금대출보다 월등히 많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약 2.6배(2009~2021년) 증가할 때 전세자금대출은 약 7.8배(2012~2021년)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의 확장은 수도권에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된 전세가격 상승을 뒷받침했고, 매매가격에 비해 비싸진 전세가격은 임대인의 갭투자를 유도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사이의 갭이 적어진 만큼 임대인은 더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에 투자할 수 있었다.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로 임대인에게 더 많은 금액을 빌려줘서 임대인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가격은 확실하게 하락했다. 이러한 흐름은 앞에서 설명한 미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기준금리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변동금리이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 비용을 올려 과도하게 부채를 빌린 주택소유자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을 시장에 내놓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영끌·빚투의 안타까운 결론이다. 급매로 공급이 증가하면 주택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마지막 질문에 답할 차례이다. 그렇다면 추후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를까? 필자의 생각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근거는 위험한 수준으로 오른 가계부채다.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은 내렸으나, 저금리 시기에 이미 빌린 빚은 더 늘어나지 않지만 갑자기 줄어들지도 않는다. 가계부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LTV, DTI, 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하기 어렵다. 대출받기 힘들게 만들면 집값에 대한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파란색 음영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는 기간을, 빨간색 음영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을 가리킴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이후빈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금리의 영향력이 더 강력해진 시대

이처럼 경제지리학은 언제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추상적 모형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한 시공간적 맥락을 반영하는 설명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매끈한 모형에 비해 얼룩덜룩한 설명은 뭔가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의 경제 현상이 어떻게 하나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겠는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넘어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지리적 관점을 갖추면 이곳의 당연한 법칙이 저곳에서 터무니없는 예외가 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곳저곳의 서로 다른 설명을 함께 고려하면, 맥락적 차이를 관통하는 보편적 진리에 다가설 수 있다. 금리가 오를 때 집값이 내리고, 반대로 금리가 내릴 때 집값이 오르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과거에 비해 집값이 금리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제가 침체하고 소득이 줄면서, 금리로 대표되는 금융시장의 영향력은 주택시장의 원래 수요(가구수)와 공급(준공물량)보다 더 강력해졌다. 지금은 이른바 주택의 금융화 시대이다.

■ 필자 소개

이후빈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확장과 저소득층 주거지역의 탈상품화’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를 거쳐 현재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택금융화, 주거불평등, 주거정책이라는 주제를 놓고 세계와 한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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