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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 중부 군마현 다카사키(高崎)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20년 만에 철거된 가운데 관련 위치 정보도 구글 지도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구글 지도에서 군마의 숲이 있는 곳을 확대해 일본어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를 입력하면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기존에는 군마의 숲 내에 ‘조선인 추도비’라는 명칭으로 비석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다만 지금도 거리 뷰 기능을 이용하면 공원 동쪽 ‘헌안자 현창비(獻眼者顯彰碑)’라는 비석 바로 옆에 조선인 추도비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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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진행해 비석을 산산조각 냈고 31일 작업을 완료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반대해 온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주 초반만 해도 구글 지도에 조선인 추도비 위치 정보가 분명히 있었다”며 “우익단체나 군마현 당국 요청으로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마현 당국의 비석 철거에 대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인데 이렇게 무참하게 파괴할 줄 몰랐고, 지키지 못해서 분하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의 존재를 알게 됐고 관심도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하지만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시민단체가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해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행정 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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