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을 수사한 검사 15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수사가 무리했다며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빗댄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윤석열 대통령·국민의힘 추천 심의위원들만 참여한 심의에서 신장식 진행자를 향해 “책 읽었다고 추정해도 되나” “전체주의적 방송” “인민재판” 등 비난에 가까운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2023년 2월13일)이 방송심의규정 ‘대담·토론프로그램’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법정제재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감점되는 중징계다.
지난해 2월13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신장식의 오늘’ 코너에서 신장식 진행자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보조금 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준사기. 검찰이 윤미향 의원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8가지 법률”이라며 “1심 법원은 위 혐의 중 개인 단체 계좌를 혼용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며 돈 1700만 원 횡령으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개인적으로 1억 넘는 돈을 정대협에 기부한 윤미향 의원이 1700만 원을 횡령했다? 상식의 눈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신장식 진행자는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이 사건에 투입된 검사들을 언급하며 “15명의 검사들은 검찰 수뇌부의 무리한 지시에 일언반구도 없이 윤미향과 정대협을 때려잡았다”며 “정치철학자 한나아렌트는 아우슈비츠에서 학살을 실행한 평범한 공무원들이 그저 우리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죄는 학살 명령의 반인간성, 그리고 그 명령을 따른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를 돌아보지 않은 생각하지 않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에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그때 그 공무원들뿐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안건에 대해 방송소위는 MBC 관계자를 상대로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황성욱 위원은 “판사나 검사나 언론사의 입장에 맞지 않았을 때 이름을 공개한 전력이 있나.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에 대해선 논문이나 책은 진행자인 신장식이 당연히 읽었으리라고 추정해도 되죠”라며 “PD도 이 내용에 대해 이미 알고 방송에 반영했을 거라고 보겠다. 여기 거론된 15명 검사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방송은 아니죠”라고 물었고, MBC 관계자는 “네”라고 답했다.
이정옥 위원이 “원고를 MC가 작성하나 작가가 작성하나”라고 묻자, MBC 관계자는 “작가가 있지만, ‘신장식의 오늘’ 코너는 신장식이 작성한다”고 답했고, 이정옥 위원은 “(MBC가) 진술한 서면을 보면 비방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논평의 여지로 큰 무리가 없다고 썼다. 파트장님도 그렇게 생각하나. 문제가 없다고 써놔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은 “판결이 나면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비판과 지지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저도 판결에 대해 제 생각과 다르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도 룰이 있다”며 “악의 평범성 이야기는 예루살렘 아히히만 한나아렌트 책에서 나온다. 유태인 학살 주범 나치 아히히만 재판 과정을 다룬 책이다. 유명한 책이라 인문계 학생들은 대학 때 다 읽는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스템에 맞게끔 기소와 재판이 분리돼있고, 심급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변호인의 조력권이 보장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수사 검사를 나치로 비유하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검사 이름을 거론하는 건 인민재판이고, 전체주의적 방송”이라고 말했다.
문재완 위원도 “나치에 직접 비교한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적어도 나치에 상응하는 아주 나쁜 일을 저지른 아무 생각 없는 공무원으로 (표현돼) 모욕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해당 방송사가 어떤 형태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는 “나치로 몰아간 발언은 아니었다. 일상적 업무를 한 게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인용한 게 다른 데도 많이 인용된다”며 “1심 판결 이후에 나온 칼럼 같은 거다. 모욕적으로 이분들을 지칭하려고 한 건지에 대한 건 의문이다. 나치로 몰아간 것이라고 한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날 심의위원 2인(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은 법정제재 ‘경고’를, 문재완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이정옥 위원은 가장 제재 수위가 높은 ‘관계자 징계’를 주장했다.
이정옥 위원은 “그냥 (법정제재) 경고하면 경고받고, 생각이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 할 것 같다. 심의도 국민을 위해 하기 때문에 관계자를 징계해서 ‘내가 징계 먹었으니 다음에는 다시 안 해야지’(라는) 경고를 주고 싶다”며 ‘관계자 징계’를 주장했다.
중징계인 법정제재 수위는 낮은 단계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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