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69일 앞둔 시점에 ‘고발사주’ 손준성 검사, ‘돈봉투’ 윤관석 의원 등 정치권과 관련된 사건·인사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여야는 각자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판결 결과를 인용해가며 상대 당만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윤관석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자 “매표행위는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저해하는 중대범죄”(전주혜 국민의힘 대변인)라고 민주당을 겨냥해 비판한 국민의힘 측은 같은 날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의 징역 1년형 판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법원은 당일 손 검사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검찰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주요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이는 법원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판단한 것인데,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고발사주 의혹의 골자는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손 검사장이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야당 측에 사주했다는 것으로, 현 여권이 연루된 정치 스캔들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은 당시 여권(현 야권)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고발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는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일 경기 수원 반도체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이 손 검사장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1심 재판이고 하니까 더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당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고발사주 의혹의) 불똥이 튀는 것이 두려워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갖은 무리수의 결과는 법원의 유죄판결”이라며 “이제 어떤 국민이 검찰의 법적 판단을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김민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을 겨냥 “대선 후보 시절 ‘괴문서’라며 손준성 검사를 감싸던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공작으로 매도하던 여당 관계자들은 아무 말이 없다”며 “법치를 강조할 때는 언제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니 입을 닫아버릴 셈인가”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관석 의원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반대로 입을 다물고 있다. 법원은 손 검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온 날(1월 31일), 윤 의원에 대해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사건 중 법원이 판단을 내린 첫 번째 사례로, 법원은 해당 판결에 윤 의원에 대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 측 관련 인사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국민들의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의 유죄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매표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사필귀정이다. 매표행위는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재명·송영길 두 전·현직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검찰의 전당대회 수사를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했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의 정치공세를 접고,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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