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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선진국이라 말하기 부끄러울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경기 남부권 필수의료 중추 기관인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 개혁’을 주제로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하고 현행 의료 체계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시스템 문제 중 소아과 오픈런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34개월 아기를 둔 워킹맘 김윤희 씨는 “병원에 가기가 너무 어렵다. 34개월 아이는 갑자기 열이 나 아픈 경우가 많은데 열성경련으로 위급해질 수 있어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픈 아이를 바로 진료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또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2~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면서 “주말이나 퇴근 시간 이후 병원을 이용할 수 없어 아픈 아이를 데리고 4~5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상황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검사 시절 의료 사건을 조사했던 경험을 전하며 소아과 기피 현상의 근본 원인이 의료진에 대한 지나친 고소·고발에 있다면서 법무부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소아과 오픈런에 대해) 의사·간호사와 간담회를 했었다”면서 “보상 체계도 중요하지만 소아과 기피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과거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많은 의료인이 수사 기관에 불려가 조사받고 기소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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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저도 과거 의료 사건·사고를 처리한 적 있지만 그 사건 1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미제를 수백 건 남기며 공부했다”며 “영어 의료 책자를 보기 어려워 서울대병원 앞에서 우리말 책자와 영어 책자를 비교하며 다른 일은 중단하고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열의를 갖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처리가 어려운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 처리”라며 “그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막 불러 젖히고, 조사하고, 압박하게 되면 다 병원을 떠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사고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정책적 입장에서 신중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SMART)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 전공의들의 외과 수술 실습도 참관했다. 지난해 1월 개소한 센터는 병원의 주요 시설과 장비를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재현해 수술과 중환자 관리 등 임상 교육을 하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시뮬레이션 도구를 잡고 복강경 수술을 시연해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복강경 수술용 커터로 충수돌기 염증 부위를 제거하자 옆에 있던 한 의료진이 “이제 환자가 통증에서 해방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복강 내 3차원(3D) 입체 시뮬레이션 화면을 통해 암 제거 수술이 진행되는 과정도 참관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 4대 정책 패키지는 무너져 가는 의료 체계를 바로 세워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라며 “의료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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