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법 유예는 죽음 방치”…민주노총 “50인 미만 사업장 무방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여야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대신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뒤 설립한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논의 중인 가운데 노동계가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정의당은 1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시행된 법에 대한 유예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노총은 “사용자단체 떼쓰기에 놀아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법 재유예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법을 또다시 유예한다면 죽음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은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위험을 차별하고 있다”라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을 확대해도 부족할 판에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추가 유예하는 것은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모두발언에서 “어떻게 일하는 사람 수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차별하느냐”라며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일하다 죽어도 받아들이라는 것이 국회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민주당이 협상카드로 사용한 산안청은 얼렁뚱땅 설립될 조직이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과 지원, 재활을 포괄하며 제대로 노동자 안전을 지킬 조직으로 설립되도록 논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생명안전행동, 정의당, 진보당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다 죽는 산업은 멈추는 것이 옳다”라며 “노동자 목숨값으로 돈을 버는 세상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목숨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대재해법 시행을 2년 유예하고 산안청을 2년 뒤 설치하면 앞으로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다시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는 “한 달에 수십명씩 일하다 죽는 현실을 보고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라며 “국민 생명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 우선 적용됐다. 5∼49인 사업장엔 유예기간 2년을 거쳐 지난 27일 시행됐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엿새째인 이날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는 대신 산안청을 2년 뒤 설립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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