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2035년 의사수 부족 수준 고려”
조만간 증원폭 발표…복지차관 “실패하면 대한민국 없어, 비장한 각오”
전공의 연속근무 줄이고, ‘전문의 중심’ 전환…증원 앞두고 전공의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10년 후 의사 1만5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안에 의사 부족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조만간 발표할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가 2천명 이상 수준으로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2035년 1만5천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여러 전문가들이 2035년 의사수가 1만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는데, 여기에 취약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 5천명을 더해 1만5천명의 의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의대에 막 입학한 학생이 수련기간 등을 거쳐 의사가 되는 데 10년 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장 큰 폭의 입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당장 2025학년도 입시의 증원 폭이 당초 예상됐던 1천명대를 넘어 2천명 이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천58명으로 묶여 있다.
복지부가 작년 11월 대학들을 상대로 의대 증원 수요 조사를 한 결과 대학들은 2025년 2천151∼2천847명, 2030년 2천738∼3천953명 수준의 증원을 희망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개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비장하게 각오를 하고 있다”고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복지부는 “의과대학의 현장 수용역량, 지역의료 인프라,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원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할 필수·지역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의사들을 필수·지역 의료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을 패키지로 만들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도에서다.
복지부는 패키지의 일환으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연속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의료기관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의 ‘전공의 달래기’ 대책을 내놓았다.
전공의는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파업 등 집단행동을 할 경우 가장 파급력이 큰 의사 집단으로 꼽힌다.
전공의의 연속 근무시간은 현재 최대 36시간(응급상황 시 40시간)으로 설정돼 있는데, 복지부는 이를 줄이는 시범사업을 올해 시작한 뒤, 법제화해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에 대한 수련실태조사도 3년 주기로 실시해 조사 결과를 각 의료기관에 대한 전공의 배정과 연계하고, 소아청소년과에 대해 실시 중인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산부인과나 외과 등 다른 필수의료 진료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학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을 전공의 중심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모두 끝낸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전공의가 응급 당직 대응의 핵심을 담당하는 등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상황이 장시간 근로와 번아웃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른바 ‘5대 대형 병원(빅5)’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7%에 달한다.
의료기관 신설 시 의사인력 확보 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전공의 1명을 0.5명으로 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의 고용을 유도한다.
내년부터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전임교수 정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 위임하는 업무를 축소하는 병원에는 ‘가산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로 보상하고, 전문의에 대한 장기 계약과 육아휴직·연구년 보장을 유도할 방침이다.
지역의 의사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의사가 자신이 속한 기관의 경계를 넘어 진료할 수 있도록 ‘공유형 진료체계’를 도입한다.
신생아 집중 치료실이 있는 종합병원과 산부인과 의원이 협업해 고위험 분만 산모와 신생아의 치료·회복을 돕는다. 희소·중증 진료와 관련해 대형 병원이 지역 병원에 전문의를 주기적으로 파견하는 방식도 고려한다.
한 의사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경우에 대한 지불·보상 체계를 만들고, 대학병원 교수 등에 대한 겸직 제한도 완화한다.
퇴직 교수 등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권역의사인력뱅크'(가칭)도 설치해 운영한다.
일정 수준의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개원할 수 있는 면허(임상의사 면허)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영국의 경우 의사 면허와 별도로 ‘진료 면허’를 주는 제도를 별도로 시행 중이며, 캐나다는 의대 졸업 후 2년간 교육을 거쳐야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
박 차관은 “의대 졸업 후 임상 경험이 부족한데도 피부미용 쪽으로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대한 걱정도 있어서 수련체계를 개편해 임상의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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