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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대신 맛집, 주니어보드, 휴가확대…MZ공무원 퇴직 막기 안간힘

연합뉴스 조회수  

박봉·자존감 바닥에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 1만명 넘어서

줄 퇴직에 지자체마다 바짓가랑이 잡을 ‘친MZ 대책’ 잇따라

전문가들 “의도 좋지만, 과도한 개혁·근시안적 접근 지양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주니어보드, 소통간담회, 4대 근무 혁신, 함께하는 멘토링, 성장지원 휴가, 장기 재직 휴가 확대.

언뜻 들어도 조직 문화 개선과 관련한 제도라는 점이 짐작되는 단어들 앞에 ‘MZ 세대와’ 혹은 ‘MZ 세대를 위한’이라는 뜻을 붙이면 그 의도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공직사회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들의 ‘줄퇴사’로 인해 전국 지자체에서 쏟아지는 대책들이다.

낮은 급여에 높은 업무 강도,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규모 조직을 일순간에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없는 만큼 점진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지방공무원 9급 공채 시험 D-1
지방공무원 9급 공채 시험 D-1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만둘래요” 3년도 안 돼 짐 싸는 공무원들 급증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재직년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8년 5천166명에서 2019년 8천442명, 2020년 9천881명까지 늘더니 2021년에는 1만2천76명을 기록했다.

이 중 1년 미만 초임 공무원의 퇴직은 2018년 951명에서 2019년 1천610명, 2020년 2천723명, 2021년 3천123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는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잦은 야근 대비 낮은 급여에서 오는 보상 욕구 불충족부터 폭우나 폭설 등 자연재해 시 발생하는 비상근무와 주말 행사 동원으로 오는 피로감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 없는 삶.

여기에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겪는 자존감 하락과 이유도 모른 채 시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조직문화까지.

김정인 수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창의성과 개성을 강조하고, 주관이 뚜렷하며, 자기 발전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특성이 공무원 조직과 부합되지 못하는 측면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낮은 경제적 보상에 수직적인 조직문화 역시 퇴직 요인으로 꼽으며 “조직 문화가 MZ 세대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좋게 해석하면 지금까지는 사회생활이라고 넘어갔던 것들이 젊은 세대 눈에는 비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성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본다면 젊은 세대 달래기와 젊은 세대를 위한 변화 등을 두고 ‘조직이 그런 식으로만 다 돌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 등이 있다”고 짚었다.

공부하는 청춘들
공부하는 청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악습 없애고, 대화 나서고, 휴가 늘리고 ‘MZ 세대 챙기기’

공직사회 역시 성찰하듯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연가 사용 눈치 주기 자제, 계획에 없는 회식 자제, 비상 연락망 전 직원 공지 자제 등 4대 근무 혁신 방침을 내세웠다.

특히 인사철 떡 돌리기의 경우 불합리한 관행 중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월 대규모 정기인사가 있었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행했던 떡 돌리기 문화는 거의 없었다.

강원 동해시는 ‘회식은 술’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맛집 투어, 영화관람 등 참신하고 다양한 회식문화를 도입해 세대 간, 직원 간 소통하고 화합하는 자리로 개선을 꾀하고 있다.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소통의 장’ 마련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청년 공무원 주니어보드’, 부산시교육청 ‘소통간담회’, 울산시 ‘청년혁신리더’ 등 명칭만 조금씩 다를 뿐 모두 젊은 세대들의 고충을 솔직하게 듣고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직문화와 공직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선배 공무원과의 멘토링 프로그램 역시 여러 지자체가 시행 중인 대책 중 하나다.

전주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호소통하면서, 청년 공무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휴가 신설 또는 장기재직휴가 확대 등 사기 진작을 위한 복무 여건 개선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직 방지와 사기 진작을 위해 올해부터 재직기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공무원에게 ‘성장지원 휴가’를 5일간 부여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제주도도 10년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됐던 장기 재직 휴가(5일)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는 장기 재직 휴가 확대와 재직기간 1년 이상∼5년 미만 공무원에게 3일간의 새내기 도약 휴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이러려고 공무원 됐나'…악성 민원에 '울상' (CG)
‘이러려고 공무원 됐나’…악성 민원에 ‘울상’ (CG)

[연합뉴스TV 제공]

◇ 전문가들 “점진적 개선 필요”, “수평적으로 문제 풀어야”

공직사회의 이런 노력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개혁이나 근시안적인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정인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직문화 개선과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규모 조직을 일순간에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과도한 개혁은 이후 또 다른 문제 혹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견해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어른이 아이들 의견 들어주는 식으로 접근하다가는 큰일 난다”고 경고했다.

진정성 있게 수평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젊은 세대와 밥만 먹으면 소통이 된다고 착각하거나, 얘기하자고 불러놓고는 시장과 상급자들이 쭉 둘러앉아 대화에 임하는 등 본질을 놓치고 근시안적으로 방법만 실천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오 사회학자는 “요즘 세대가 유별나다는 생각을 갖는다거나 권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퇴사는 공직사회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조직에서 쉽게 풀 수는 없다”며 “우리 사회의 과잉 경쟁과 사회 불평등 문제와도 직결돼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떠나는 MZ 세대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새내기 공무원들이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공무원연금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조기 퇴직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황수빈 신민재 차근호 최종호 고성식 노승혁 장지현 김선경 박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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