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완화 두고 엇갈린 반응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정부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된 지 두 달여만인 31일 정부가 내놓은 종합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당시 지적된 각종 사안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된 것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미흡한 점 또한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전산망 먹통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잇달아 지적된 부분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총평했다.
이어 “특히 관련 분야 처우를 개선해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유도하고, ‘대형 사업’에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갈수록 국가 전산망 규모가 방대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모든 관리를 정부가 맡는 것이 효율적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는 ‘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 규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비대해진 시스템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관련 데이터베이스(DB)가 꾸준히 쌓이고, 관리할 시스템도 매년 불어나고 있다”며 “일정 기능을 민간 전문 기업에 이관하는 등 효율적인 분산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반면 정부가 공공정보화사업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기로 한 점을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통신(IT)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보다 사업 노하우나 관련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문을 열기로 한 결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최신 기술 적용과 경쟁 활성화 등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령 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이 다시 그것을 중소기업에 하청을 내릴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경우 기존 사업에 대기업이 더 낀 것에 불과한 변화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전산망 마비 사태를 세밀하게 분석한 정부 공식 보고서가 이제라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사고 이후 몇 차례 정부 발표가 있긴 했지만, 상세 보고서는 아직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명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비롯해 책임 소재, 재발 방지 대책 등이 있어야 똑같은 사고를 막을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은 고쳐놨지만, 이후 다른 소를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고 분석 없이 재발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현대 사회에서 전산망 사고는 불가피하다”며 “이때마다 정부가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 사고의 ‘민낯’을 드러내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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