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유가족들이 “정부는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끝내 배보상을 운운하며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다.
대신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방기선 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관련 재판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배상과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은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피해자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 및 의료·간병비 확대, 심리안정 프로그램, 희생자 추모 시설 건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관련 위원회 설치를 통해 신속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즉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반발에 나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및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까지 나서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 설립을 권고한 이유를 정녕 이해하지 못하냐”면서 “유가족들이 바라고 요구했던 것은 오로지 진상규명”이라고 거듭 밝혔다.
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미 여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기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겁한 결정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철야 1만5900배와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며 특별법 공포를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여당 유력 인사들은 참사 발생 초기부터 유가족들을 보상에나 관심있는 사람들로 매도하더니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법안이거나 국민적 반대 여론이 거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마땅함에도 정부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9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개정안에 이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국회에 돌려보냈다. 올해는 이달 중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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