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공무원 병역의무화·경로무임
승차제 폐지 공약에 정치권 ‘시끌’
김민수 “이준석, 20대 남성 ‘분할’
비례 더 얻기 위한 포지셔닝일 뿐”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단 정치권 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과의 연대는 물론 유승민 전 의원마저 합류를 거부하면서 당세 성장에 제동이 걸린 데다, ‘갈라치기’를 앞세운 논란 만들기 이외에 주목을 받을 만한 요소도 요원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병력 부족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안을 말하라. 대만처럼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모병제나 늘 나오는 인공지능(AI), 로봇군대 같은 소리 말고, 지금까지 나온 정부·여당의 대책은 ‘120㎏ 고도비만자 입대’ 밖에 없지 않나. 여당이 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서 야당처럼 정치하나”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같은 비판은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을 향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전날 저녁 CBS라디오에 나와 개혁신당이 내놓은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공약에 대해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경영학의 마케팅 전략에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 전략이 있는데 (이 대표는) 누가 나한테 충성할 것인가에서 20대 남성으로 Segmentation(분할)한 것 같다”며 “과연 지금 나오는 이러한 공약들에서 어떤 비전과 메시지가 있나. 국민 갈라치기, 비례 한 석을 더 얻기 위한 포지셔닝 이외에 어떤 뜻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전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빠르면 2030년부터 공개채용을 통해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병역을 필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은 즉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여성징병제는 국방부가 검토한 바 없다”며 “해당 사안은 사회적 공감대·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결정돼야 한다”고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을 정도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번 공약이 성별 갈라치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적 측면에서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금 머리 숫자만 따지는 식의 병력을 비교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첨단 기술에 의한 국방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군 간부를 중심으로 해서 소수 정예로 편성을 하는 형식이 맞지 않나 하는 측면에서 보면 해당 공약은 방향이 빗겨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대표가 낸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 역시 세대 갈라치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는 기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도시철도와 버스·택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약이 나오자마자 대한노인회는 즉각 반발했다. 김호일 노인회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와 직접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 토론 자리에서 이 대표의 갈라치기적 특성이 더 굳어졌단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토론이 끝날 무렵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에서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어딘지 아는가. 경마장역이다.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번 살펴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바탕으로 NY와의 연대서 고자세
…유승민 국민의힘 잔류 선택은 ‘상처’
“주목 끄는데 성공했지만 득표는 미지수
본인 비례 간다면 지역 출마자 이해할까”
방송 종료로 이 대표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지 못했던 김호일 회장은 28일 성명을 내서 “경마공원역에는 화·수요일 ‘바로마켓’이라는 곳에 전국에서 생산자들이 직판매를 하러 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노인들도 많이 온다. 근처에 서울대공원이 있어서 교외로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며 “노인들이 무임승차를 하면 경마장에 가서 도박이나 하는데 왜 국민 세금으로 뒷받침 해줘야 하는 것이냐는 의도가 깔려있는 발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회장의 해석에 따르면 이 대표의 주장에는 ‘노인들이 도박을 위해 무임승차권을 활용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는 셈이 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거기(경마공원역) 가면 볼 거 많다. 나도 거기 구경하러 애들 데리고 갔었다. 노인들도 거기 보러 갈 수 있다”며 “(이 대표 발언의) 그 밑에 뭐가 깔려 있느냐면 가서 노인들이 도박 한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정말 도박할 돈이 있을까. 거기 왜 갔을까 이런 거 따져봐야 되지 않나. 전형적인 감정을 긁는 괴벨스적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보인 행보에서 정치 역량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대표의 성공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제3지대 빅텐트론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이낙연 위원장보다도 연대에 미온적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새로운미래보다도 높다는 이유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개혁신당 내 역할이 있다고 못박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하면서 지지율은 추가적인 세 확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낙연 위원장은 정치권에 머물면서 의원들로 한 계파를 이뤘을 정도의 정치력을 가진 분들인데 이준석 대표는 그러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대선이 아니라 총선 정국이다. 한 분이라도 더 모셔서 한 석이라도 더 가져오려고 한다면 지금 같은 고집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신당이라는 건 항상 의석 극대화가 목표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 가면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디 지역구에 박히고 싶어도 (비례대표로)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그래도 한 때 우리 대표까지 했던 사람인데 큰 발전이 없는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며 “개혁신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가져오는 게 어려워 보이는 게 당연한데 본인이 비례로 나와 원내에 입성하겠다고 한다면 결국 ‘이준석 1인 정당’과 다를 게 뭔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전략 중에 무관심보다는 비난을 받는 게 낫다는 전략이 있는데 노인과 여성을 공약에 끌어들이면서 어떤 식으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만으로 표를 끌어올지는 미지수”라며 “지지도 측면에선 병립협이든 준연동형이든 비례를 어느 정도는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본인이 그 자리에 들어가겠다는 걸 과연 지역구 출마자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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