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32년 만에 올해 ‘1월의 독립운동가’
객관적 평가 필요성 대두돼
“이해 초월한 세대가 객관적 평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올해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어두운 면’만 부각하며 독립운동, 외교적 혜안 등의 업적까지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사업을 시작한 지 32년 만에, 그것도 약 500명의 독립운동가를 평가하면서도 이 전 대통령을 ‘외면’한 것은 “편협한 정치사에 오염된 결과”라는 평가다.
이종찬 “현재의 가치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
조금 더 신중해야”
이종찬 광복회장은 30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독립운동가 이승만 학술 대토론회’ 환영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 영웅으로 뒤늦게 선정한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10살에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을 맞았다.
이 회장은 “말년에 그 양반에게 많은 어두운 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도 “어두운 면만 가지고 그분의 독립운동사까지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너무 인색한 것 같다”며 “해방 이후에 이념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지도자의 길을 재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가치로 그 당시를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있는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
있지도 않은 나라 팔아먹은 이승만?’
당시 맥락 자세히 들여다봐야
이 전 대통령 평전과 이 전 대통령의 정적, 조봉암 선생 평전을 모두 집필한 이택선 명지대 교수는 “비슷한 환경에서 출범한 대한민국과 남베트남이 왜 다른 미래를 만나게 됐겠느냐”며 “남베트남은 대한민국에 비해 수백 배 이상의 지원을 받았지만 패망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줄기를 선택해 정착시킨 이 전 대통령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임시정부 최초의 대통령이자 최후의 주석이기도 하다”며 “한마디로 (임시정부) 처음과 끝을 장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건설함으로써 임시정부의 가치였던 건국이자 복국을 실현한 인물이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승만은 있지도 않은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신채호 선생의 발언을 인용하며 비판을 제기하지만, 당시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외교독립운동을 비판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위임통치청원은 안창호·김규식 선생 등 다른 독립운동가들과의 ‘협의’ 및 ‘용인’을 거쳐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오영섭 국학문화연구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위임통치청원서를 미국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에 보내기 전, 안창호 선생에게 해당 문건을 보내 동의를 구했다”며 “당시 안창호 선생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소집했다. 지도부들이 다 모여 논의했고, ‘그것(위임통치청원서)을 승인한다’는 공식 문서를 만들어 발송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건한 성향의 독립운동 원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위임통치청원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위임통치는 추후 한국의 완전한 독립을 전제했던 만큼, 위임통치청원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려 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러 노선의 독립투쟁
우리 모두의 것으로 보고
각기의 역할 인정해야”
무엇보다 세계사적으로 독립 투쟁을 이토록 치열하게 벌인 민족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독립운동 역사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민족의 항일독립투쟁 역사에 여러 입장이 있었다는 건 그만큼 치열했다는 걸 뜻한다”며 “어느 편에서 평가하면 서로 싸움만 벌어진다. 객관적으로 우리 모두의 것으로 보고, 각기의 역할을 인정하면 굉장히 아름답고 위대한 역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종찬 회장은 “초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 독립운동 방안을 놓고 많이들 다퉜다”며 “외교 노선, 무장투쟁 노선, 민족 개량주의 노선, 사회주의 노선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자연히 갈등이 생겨서 한때는 임시정부가 해체될 위기도 맞았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세계에 이렇게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한 민족이 없다”며 “우리가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굉장히 많은 역사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 선열 역사를 종합적·통합적·상호보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이해관계 초월한
MZ세대가 객관적 평가 가능”
같은 맥락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MZ세대를 통해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택선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을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객관적인 평가를 할 입장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승만 정부 시기에 피해를 받은 영혼들이, 후손들이 많다”며 “그분들에게 이승만이 위대하다고 얘기해 봐야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한 세대, 지금의 MZ세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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