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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직원, 하마스 연계’ 보고서 파문…“납치·학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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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기관, 휴대전화·하마스 포로 심문 정보 확인

인도주의 위기 우려…”난민 200만 명 집단 처벌하는 셈”

지난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센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식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센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식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유엔 직원이 하마스 납치·학살 도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관여했던 유엔 산하기구 직원들의 구체적 행적을 담은 보고서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정보 당국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따져 봐야 하지만, 현재로선 ‘믿을 만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가운데 최소 12명이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연계됐다는 보고서를 최근 미국에 전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 중 10명은 공격 당시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던 하마스의 조직원이며, 1명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학교에서 상담사로 근무하던 한 UNRWA 직원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당일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인 여성을 직접 납치했다. 가자지구 중심부 누세이라트 출신의 사회복지사는 숨진 이스라엘 군인 시신을 가자지구로 옮겨 왔다.

하마스 대원들에게 탄약을 나눠 주거나 차량을 제공한 직원도 있었고, 심지어 이스라엘 주민 97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납치된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 학살에 가담한 일부 직원도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고서에 아랍어 교사가 키부츠 테러 공격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 직원들의 이름과 직업, 혐의 등이 담겨 있다. 이들 중 7명은 UNRWA 학교의 교사로 수학, 아랍어 등을 가르쳤다. 2명은 학교에서 다른 업무를 맡았다. 나머지 3명은 사무원과 사회복지사, 창고관리자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UNRWA 직원 중 3명은 기습 공격 전날 밤 하마스로부터 국경 근처 집결지에서 무장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다른 1명은 자택에 보관 중인 로켓 추진 수류탄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자지구 내 UNRWA 직원 1만 2000명 중 10%인 1200명이 하마스 또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다. 절반가량은 ‘이슬람 무장 단체 대원인 친척을 두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27일 이집트 국경 라파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로고가 표시된 구호물자가 담긴 트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들어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27일 이집트 국경 라파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로고가 표시된 구호물자가 담긴 트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들어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마스 연계 의혹과 관련해 12명의 직원 중 9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숨졌고, 나머지 2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 중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휴대전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생포된 하마스 대원을 심문해 이같은 정보를 확인했다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설명했다. NYT는 “미국이 아직 이스라엘의 주장 자체를 확증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관리들은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면서 가자지구에서 난민구호 활동을 펴는 UNRWA의 돈줄이 끊기고 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16개국이 원조 중단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조사결과를 보고 지원 중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자 주민 230만명의 대부분인 200만명이 UNRWA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UNRWA는 자금 지원이 끊기면 몇 주 안에 구호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일부 직원의 혐의로 자금 지원이 중단된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 기구에 생존을 기대고 있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단적 처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원 재개를 호소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을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비롯해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교육·의료 및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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