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내부에서 아직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심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30일 오전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 4인은 심의를 강행하고 관련 보도를 한 9개 방송사에 무더기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방통심의위는 법원 판단에만 의존하는 기관이 아니다.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KBS·SBS·OBS·TV조선·채널A·JTBC·MBN·YTN 등 9개 방송사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를 강행했다.
심의 시작에 앞서 류희림 위원장은 매출을 ‘배추’로 자막 표기한 JTBC 유튜브 영상을 언급했다. 류 위원장은 “MBC ‘바이든-날리면’ 심의 재개에 앞서 (JTBC) 배추 관련 보도를 발언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 중요한 인물의 발언이 있을 때 정확하게 들리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 확인해야 한다”며 “바이든 자막 관련 보도도 정확하지 않은 대통령 발언을 해당 방송사가 단정적으로 판단해 자막을 넣으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해 5월 해당 안건들을 의결보류 했을 때 이광복 당시 부위원장이 소송 1차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보류하는 방안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윤성옥 심의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방송소위에서 여권 추천 4인 심의위원은 만장일치로 9개 방송사의 의견진술을 모두 듣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위원은 “지난해 다수 위원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법원 판결의 사실관계가 나오면 다시 판단하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논란이 있기 때문에 보도가 된 건지, 보도가 돼서 논란이 된 건지 방송사 입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추천 문재완 위원은 MBC와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은 “MBC의 첫 보도가 (다른 방송사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MBC의 보도와 그 이후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는 조금 구분해야 한다”며 “판결문 내용을 보면 국내 언론사 중에서 MBC가 유튜브를 통해 첫 보도한 이상 다른 언론사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써 있다”고 했다. 문 위원은 그러나 “보도 내용뿐 아니라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이후 조치가 방송사마다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방송사들의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며 모든 방송사의 의견진술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류희림 위원장은 “저도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여러번 대통령 해외 순방을 취재했다. 치열한 정상회담 현장에서 보도는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심의 시작과 동시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7개 단체가 방송회관 앞에서 ‘방통심의위는 비판언론 죽이기를 멈추라’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 원칙이었다. 1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재판 확정될 때까지 심의를 보류해왔다”며 이번 심의 강행을 우려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언론 전체를 윤석열 정권의 발 아래 두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22일 MBC는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기사에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곧바로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1심 선고에서 대통령실 주장대로 ‘날리면’으로 말했는지 MBC 보도처럼 ‘바이든’으로 말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MBC의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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