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김효빈 기자]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 ’86’ 세력을 겨냥한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86이란 1960년대에 태어난 1980년대 학번이면서 재학 시절 학생운동권을 거쳐 1990년대 후반부터 정치권에 대거 영입된 집단을 일컫는 용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운동권 특권 정치의 심판을 시대정신으로 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년간 기득권을 차지하며 정치 무대를 장악해 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기조에 맞춰 여권 인사들은 민주당 86 정치인을 저격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는 태영호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옆 지역구인 구로갑에는 YTN 앵커 출신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호준석 대변인이 도전장을 냈다. 이 곳 현역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인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다.
전대협 6기 의장대행 출신인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 중랑을에는 이승환 전 중랑을 당협위원장이,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의 서울 강북갑에는 전상범 전 부장판사가 나설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을에는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3선 김민석 의원을 상대로 도전장을 던졌다. 김 의원은 586의 시조 격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 출신이다.
부강 북강서갑 재선 의원 출신인 박 전 장관은 김 의원이 속한 운동권 그룹을 비판하며 출마 명분을 찾았다. 박 전 장관은 “대한민국 위기의 이유 중 하나는 야당의 입법 폭주와 모든 것을 투쟁으로 몰아가는 운동권적 사고다. 특히 기득권이 되어버린 운동권 세력의 낡아 빠진 이념 공세와 트집잡기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 중·성동갑에는 여당 내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이 전날 출마를 선언했다. 중·성동갑은 국민의힘 험지로 꼽힌다.
문재인 전 정권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비판해 주목 받은 윤 전 의원의 중·성동갑 출마 선언은 86 운동권과 친문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임 전 실장을 저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라고 되물으며 윤 전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는 부친의 땅 투기 의혹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어 총선 과정에서 잡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이 ‘개딸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지목한 정청래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는 ’조국 흑서’ 공동 저자 출신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마포을 공천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출마를 권유하고 출마 사실을 처음으로 소개해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자객 공천이 예상되는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각종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당장 한 위원장이 이날 윤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해당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힌 다른 예비후보들이 반발할 수 있어서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이 이와 관련해 묻자 “공정 경쟁, 공정 평가로 후보가 결정되기에 개인적으로 의견을 주는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 잘못됐다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경쟁력 있는 후보들, 야당에 적절하게 대응할 지역구에 대해 경선을 만들고 우수 후보를 소개해주는 게 왜 문제인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문화뉴스 / 김효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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