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고급차에 예상치 못한 흠집이 났다. 바람에 날린 쓰레기통이 고급차의 범퍼를 덮친 까닭이다. 그러자 동대표가 입주민에게 공지했다. ‘(입주민이) N분의 1로 수리비를 분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입주민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아파트 동대표 아줌마 카카오톡… 이게 말이 되나?’란 제목의 게시물이 에펨코리아에 28일 올라왔다. 게시자는 “회사 동생이 보내주며 ‘왜 우리가 물어야 하나’라며 물어본다. 동대표 아줌마 어이없다”라는 글과 함께 한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를 소개했다.
동대표는 단톡방에서 주민에게 주차장에 있는 고급차의 범퍼가 바람에 날린 쓰레기통으로 인해 손상을 입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공지했다.
“며칠 전 바람 불고 추운 날 큰 쓰레기통이 바람에 날려 입주민의 고급차에 사진과 같이 상처를 냈습니다. 수리비와 렌트비가 200만원이 넘으나 차주가 200만원까지는 협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2월 징구분에 13가구에 N분의 1로 청구하려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동대표는 차주가 차량을 수리할 동안 현대자동차 G90를 렌트하려고 한다면서 보낸 렌트카 일일요금 표도 소개했다. G90 1박2일 렌트 비용은 52만7000원이다.
입주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렌트비가 얼마인지 먼저 보여줄 게 아니라 수리비용을 입주민이 내야 하는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그걸 왜 입주민이 변상해야 하나. 내 차에 흠집이 나면 청구해도 되나”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인보험으로 처리하면 안 되나. 그러려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 아닌가“, ”쓰레기통을 거기에 두자고 입주민 모두 협의했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자차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람이 불어서 파손된 것은 천재지변인데 그걸 입주민이 물어야 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천재지변 사고에 대비해 자차보험을 넣는 거 아닌가“, ”차주하고 친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자차로 처리해야 한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내 일도 아닌데 욕 나온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입주민이 분담해야 한다는 동대표의 선택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걸어가다 날아온 쓰레기통에 맞으면 ‘아 자연재해구나’ 하고 자기 돈으로 병원에 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차량 파손을 법원은 어떻게 다룰까.
경기 화성시 H아파트 단지에서 소나무가 부러져 차량이 파손된 적이 있다. 수원지법 오산시법원은 입주민 A씨에게 보험금 435만원을 지급한 L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L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나무가 태풍에 부러져 주차된 A씨 차량을 덮친 것은 천재지변이라면서 대표회의엔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경기 고양시 H아파트 지붕에서 금속기와가 추락해 차량에 손상을 입힌 적이 있다. 피해자인 입주민 B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 M사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은 대표회의에 대해 M사에 213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표회의가 아파트 지붕 구조물의 접착 상태를 확인해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적절히 유지·보수해야 함에도 이 같은 업무에 일부 소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법원은 지적했다.
두 판결을 종합하면 바람에 날린 쓰레기통으로 인해 자동차에 흠집이 났을 때도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입주민이 손해를 분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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