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 권역별 비례제’에 ‘이중후보제’까지 만지작…정청래, 전당원 투표 제안
현행 유지 의견도 만만치 않아…우원식 “국민과 약속 지키면서 크게 이기는 길”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 준수 차원에서 현행 준연동형제 유지가 ‘명분’에서 앞서지만, 현행 유지 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병립형 회귀라는 ‘실리’도 포기할 수 없어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5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거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 등 현안에 밀려 별도 토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이 “연동형과 위성정당 방지법을 국민의힘이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 협상 중이나 진전이 없다”고 보고한 정도였다고 최혜영 원내대변인이 의총 후 기자들에게 전했다.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바꾸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164석의 거대 야당으로서 키를 쥐고 있는 셈인데 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를 계속 미루는 데 대한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내부 교통정리를 거쳐 조만간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 분위기는 지난해와 바뀐 게 없지만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확실히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설 연휴 전 입장 정리가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명분론과 실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등장한 제3지대 세력이 ‘어부지리’로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진 것도 그 배경의 하나다.
공약 파기 비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권역별 비례제’로 상쇄하면 되고, 비례대표와 지역구 모두에 입후보가 가능한 ‘이중후보 등록제’를 함께 도입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준연동형 유지에 절대 반대 입장인 여당과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현실론도 반영돼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제는 총선 승리와 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라며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다. 당원이 가라는 길로 가자”고 적었다.
그동안 당원 상대 내부 설문 조사에서 여러 차례 병립형 회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병립형 회귀 주장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그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앞서 지난주에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준연동형 고수론자들은 군소 정당 및 시민사회계와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면 위성정당 창당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정권 심판 구도를 더 선명히 해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친명(친이재명)계 4선 우원식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 주력하되 범야권 비례 연합 정당을 창당하는 ‘역할 분담론’을 거듭 제기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서도 당이 더 크게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달리 원내 지도부 의견도 현행 유지에 가깝다.
여기에는 총선을 앞두고 해병대원 순직 사건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국정조사 추진으로 여권을 압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당 등과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의원들 여론은 ‘병립형 우세’와 ‘오리무중’ 관측이 교차한다.
지도부가 지난 연말 자당 의원 상대로 실시한 비례제 선호도 조사에서 병립형 회귀가 연동형 유지와 비교해 55대 45로 다소 우세했다.
다만 ‘이중 후보 등록이 가능한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와 ‘연동형 비례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문항이 있어 병립형으로의 선택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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