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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로 회식하면서 14초 간격으로 ‘쪼개기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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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활동용으로 배정된 특정업무경비(특활비)를 회식비 등으로 유용하면서 이른바 ‘쪼개기 결제’를 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특활비를 유용한 검찰청의 지청장이 승진을 하거나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배치된 것으로 드러나 업무상 배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은 25일 서울 중구에 있는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대전지검 천안지청, 청주지검 충주지청 3곳의 2020년부터 2023년 4월까지의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증빙자료 중 확인 가능한 것들을 교차 분석하는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모두 사용한 사례는 총 33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은 총 33건 가운데 결제 시각, 테이블 번호 등을 파악해, 한 건의 식대를 두 개로 나눠 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7건을 공개했다. 나머지 27건은 영수증에서 결제시각과 테이블번호 등이 가려져 있어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은 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고양지청의 경우, 2023년 2월 7일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요리집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단회’를 한 뒤 나온 회식비 85만 2000원에 대해 한 번은 지청장 업무추진비(45만 2000원)로, 또 한 번은 특정업무경비(40만 원)로 두 번에 걸쳐 카드 결제를 했다.

천안지청도 2023년 2월 7일 청사 앞 고깃집에서 가진 ‘상반기 전입검사 만찬간담회’ 경비를 4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결제했다. 총 52만 8900원 중 30만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로, 나머지 22만 8000원은 특정업무경비로 각각 지출했다. 천안지청은 한 달 전인 같은 해 1월 10일에도 천안의 모 참치집에서 총 65만 원 회식비를 결제하며 40만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로, 나머지 25만 원은 특정업무경비로 각각 나눠 지출했다.

충주지청 역시 2021년 10월 15일 한 프렌차이즈 초밥뷔페에서 업무추진비 20만 원을 결제한 데 이어 14초 뒤 특정업무경비로 30만 원이 결제됐다. 2023년 3월 15일에는 8km 거리의 음식점 두 곳에서 각각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결제되기도 했다. 2022년 7월 18일에는 한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특정업무경비 13만 2000원이 ‘국민생활침해 사범 단속’ 명목으로, 3분 42초 뒤에는 업무추진비 12만 6000원이 ‘자유형집행팀 오찬 간단회’ 명목으로 각각 결제됐다.

공동취재단은 “비싼 회식을 하고 나서, ‘쪼개기 결제’를 하면서, 일부는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한 것”이라며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된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회식비로 사용한 부분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동취재단은 특히 “문제가 된 시점의 지청장 중에서 정유미 전 천안지청장은 현재 검사장으로 승진하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맡고 있”으며 “장동철 전 고양지청장은 현재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월 25일 공개한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례.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월 25일 공개한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사례.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은 “작년 6월 이후 전국 검찰청에서 수령한 특정업무경비 자료를 분석하던 중, 특정업무경비를 수사활동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회식비 등으로 유용한 사례들을 발견하게 됐다”며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등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죄도 성립할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도 특수활동비처럼 매년 집행계획을 마련하여 기재부 장관에게 1월 말까지 통보해야 하고 특정업무경비 집행계획 수립 시 내부통제강화 등 특정업무경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되어 있다.

공동취재단은 또 “이번에 찾아낸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것”이라며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카드영수증 중 상당수는 ‘휘발’되어서 판독이 불가능하고, 그나마 일부라도 판독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 판결문의 취지를 무시하고 음식점 상호, 결제시간 등의 정보를 가리고 복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심각한 유용 사례들이 드러난 것을 보면 특수활동비 뿐만 아니라 특정업무경비와 관련해서도 예산 오⋅남용이 만연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동취재단은 “감사원이 나서서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실태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해야 하고, 업무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회식비로 써 놓고 특정업무경비를 수사활동에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경우) 등의 혐의가 드러난 건에 대해서는 수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검찰 특수활동비를 다른 기관 지침에 맞춰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지금까지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했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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