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자체들, 각종 지원책 시행…난임부부에게 격려금도
‘아빠 출산휴가·신혼부부 1억 대출’…정치권 총선 공약도 봇물
(전국종합=연합뉴스) ‘국가 소멸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저출생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에 많은 곳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문을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며 존립 위기 극복에 나섰고,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는 등 저출산 문제 극복이 국가적 의제로 부상했다.
◇ 합계출산율 0.78명…’입학생 0명’ 초등학교 속출
25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줄곧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도 안 되는 0.98명으로 떨어진 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저출생이 고착하면서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이며, 이런 학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교생이 60명이 안 되는 전국 초등학교는 20년 전인 2003년 전체 5천463개교 중 11.2%인 610개교였지만, 지난해에는 6천175개교 중 23.1%인 1천424개교로 늘었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입학생이 ‘0명’인 학교는 2천138개교로, 전체 학교의 17.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갈수록 가팔라 주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천771명으로, 2016년 40만 6천243명에 비해 4만8천명 이상 급감했다. 2026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2019년 출생아 수는 30만2천676명에 불과하다.
이에 올해 전북도에서는 학생 수 10명 미만의 학교 9곳이 통폐합되고, 경기도에서는 초등학교 2곳이 폐교를 앞두고 있다.
◇ “낳아야 산다”…지자체들, 현금성 지원 쏟아내
저출생 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지자체들은 현금성 지원 중심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결혼 후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하 청년부부에게 지급하는 1천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비롯해 국비·도비로 지원되는 각종 장려금에 군비 사업을 합해서 영동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에게 최대 1억2천400만원을 지급한다.
20년 넘게 유지한 6만명대 인구가 올해 무너진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존 지원금 7천200만원에 인천시 자체 예산으로 2천800만원을 보태기로 했다.
경남 진주시는 전국 최초로 ‘난임부부 격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난임 시술 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매회 20만원씩 격려금을 준다.
전북 임실군은 모든 출산가정에 최대 2년 치 기저귀를, 고창군은 출생아 1인당 50만원의 산후조리원비를 지원한다.
전남 화순군은 청년·신혼부부에게 월세 1만원으로 20평형대 아파트를 임대하는 ‘만원 임대주택’ 사업을 지난해 시작했다. 50세대를 선발하는 1차 모집부터 506명이 몰려들어 10.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강원도는 올해부터 육아기본수당 지원 대상을 4세에서 5세로 확대해 1∼3세 아동은 월 50만원, 4∼5세 아동은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경기 구리시는 올해 다자녀 가정의 어린이집 입소비 지원을 확대한다. 입소비를 지원하는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 이상’에서 ‘두 자녀 이상’으로 변경했고 세 자녀의 경우 둘째와 셋째 아이에게, 두 자녀는 둘째 아이에게 연 1회 1인당 최대 10만원을 지원한다.
◇ 총선 앞둔 여야도 공약 경쟁…”양육 시간이 문제” 다른 진단도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를 공약했다. 아빠의 육아 참여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현행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이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연간 5일)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겠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현금성 지원’ 중심의 각종 저출생 문제 해법에 대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강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동서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32회 인구포럼에서 “자녀 출산과 양육은 어머니의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시간 집약적 활동인데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양육에 대한 기회비용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뒀을 때 현금 지원이 저출생 대책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며 “정책 설계 시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 여성의 시간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저출산 전문가 간담회에서 “한국에서는 좋은 학교 혹은 의대를 나온 사람들이 매우 많은 혜택을 누리는데, 이런 노동시장의 성격이 출산을 막는 교육 문제의 근원”이라며 학벌주의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장지현 김도윤 박정헌 이상학 형민우 고성식 김준범 이승형 조정호 신민재 백도인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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