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서천行에 순연된 ‘당 사무처’ 순회 실시
당직자와 일일이 인사하고 ‘총선승리’ 다짐
숭실대 찾아 ‘청년 정책 마련’ 노력도 ‘약속’
운동권·이재명 리스크 거론하며 차별화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봉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전열 재정비와 총선 공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광폭행보에 나섰다. 빠른 당 안정화와 차별화된 공약을 통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동훈 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안팎에 위치한 국민의힘 사무처를 일일이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방문 순서는 국회본청, 의원회관, 중앙당사 순으로 이뤄졌다. 먼저 국회본청에서 정책국·정책위의장실·사무총장실·원내대표실·원내수석부대표실·원내행정국 등을 돌아본 한 위원장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송언석 의원, 이태규 의원 등을 비롯해 당직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또 하얀 도화지 위에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조직국과 함께 갑시다”라는 메시지를 유성펜으로 남기기도 했다.
사무실 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당직자들은 박수를 치며 ‘한동훈’을 연호했고,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의원회관 홍보국 직원들은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의 후드 집업과 한 위원장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텀블러 등의 선물을 직접 건네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더 잘하겠다. 건강하시고 4월10일 꼭 이겨보자”고 강조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당사로 이동해 방문 일정을 마쳤다.
이날 당 사무처 방문 일정은 당초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직후인 지난 23일 오전에 소화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자 한 위원장은 당 사무처 순회를 미루고 재난 현장으로 내려갔다. 서천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한 한 위원장은 현장을 점검한 후 함께 전용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천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은 두 사람이 갈등 봉합의 계기는 만들었단 해석이 나왔다.
사무처에서 일하는 당직자들을 방문해 격려하는 건 비대위원장으로서 전통적으로 해왔던 연례행사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까지 분출했던 큰 갈등을 해결한 뒤 한 위원장이 직접 당직자들을 독려해준 것에서 당의 빠른 안정화를 겨냥했단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상적인 일정이고 의미가 없는 일정일 수 있지만 큰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비대위원장이 직접 손을 잡아주면 안정감이 생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같은날 오후엔 대학생들과 만나 또다른 총선 공약 마련에 돌입했다.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 대학생 현장간담회’ 행사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악전고투하고 계신 대한민국 청년들을 돕고 응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기보단 꼭 해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려 한다”고 약속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 지원을 늘려달라고 건의하자 한 위원장은 “지원 액수를 대폭 늘리려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인 ‘천원의 아침밥’은 김기현 대표 시절 첫 선을 보인 뒤 대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같은 간담회에 참석한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해 “학생 입장에서 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현장 판단이 있어서 이 부분을 적극 늘릴 구상을 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짜임새 있게 정책으로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언들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 세대는 청년시절을 고도성장이 당연한 환경에서 보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여러분보다 덜 노력하고 더 많이 얻을 수 있던 시대”였다며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고도성장기가 끝난 지금 여기 계신 청년 여러분들은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운동권 세력들은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전 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전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청년 여러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며 “어려우실 것 같고, 그걸 헤쳐 나가는 데 대단한 용기와 의지·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또 대학생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컷오프 5대 범죄’ 기준에 대해서도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다. 정확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걸리지 않도록 여러 고려를 해 만들었다”며 “재판을 받고 수사를 받는 데다가 전과도 여러 개 있는데 희한하게 5대 범죄에는 하나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 기준을 만든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하시겠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한 위원장은 이날 대학생과의 만남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공약을 발표하기 전 수혜자로부터 진솔한 얘기를 충분히 듣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돈(예산)만 있으면 집도 사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세계에 사는 것이기 때문에, 총선이란 공간에서 대한민국 젊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정책우선순위를 꼽아서 제시하고 실천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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