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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만료가 임박하며 터져나온 중소기업계의 절규에도 여야는 협상 불발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고집하며 책임을 계속 국민의힘에 돌렸다. 국민의힘은 유예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의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비판만 쏟아냈다. 마지막 협상만을 남겨둔 여야가 정쟁과 선거의 유불리만 따지며 민생 법안 처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6일로 끝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려면 국회 일정상 2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꼭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가진 거야의 반대에 개정안은 그동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심사되지 못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방문해 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여야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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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은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법안 처리의 조건으로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 △2년 뒤 시행 약속을 선행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을 논의할 수 없다고 선언해왔다. 특히 산업안전 로드맵 내용에 산업안전보건청을 연내 설치하는 것과 산재 예방 예산을 2조 원으로 늘리는 것을 꼭 담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도 김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산업안전보건청만 잘 받아준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김 회장과 면담에서 “그동안 (민주당의) 불합리한 요구도 상당수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행동이) 거의 마이동풍”이라며 “새로운 조건을 자꾸 들고나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지난해 12월 1조 5000억 원 규모의 영세 사업장 대상 재해 예방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처음에 민주당이 3개 조건을 만족시키면 협상해준다고 해 충족하는 대책을 내놓았더니 이제 산업안전보건청을 얘기한다”면서 “애초부터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25일 본회의 직전까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여부를 중심으로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와 회동 후 “여전히 정부·여당 측에서 성의 있는 안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협상이 이뤄질지 여부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극적으로 합의가 도출될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국회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입법적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며칠 남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여야가 중소기업 현장의 혼란과 우려를 무시한 채 책임 전가에만 급급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2+2 협의체’가 최근 가동을 중단하는 등 민생 법안에 대한 국회 협의는 부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진영논리에 입각해 싸울 때 국민은 배제된다”며 “민생 법안이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강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차원에서 다시 한 번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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