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천특화시장에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만난 뒤 쏟아져 나온 기사 제목에서 적잖이 발견된 표현이다.
실제로 ‘위원장 사퇴 요구’ 등을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마찰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이날은 갈등이 가시화되고 처음으로 두 사람이 함께 공식 석상에 선 날이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만남이었다.
그런데 하필 만남의 장소가 화재 현장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경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났고, 9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상인들의 일터인 점포 227개가 잿더미로 변해 주저앉았다.
감기를 이유로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던 윤 대통령도, 오전 국민의힘 사무처 방문 일정이 있던 한 위원장도 급히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한 위원장은 쏟아지는 눈발을 맞으며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윤 대통령은 그런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두드린 뒤 그와 손을 맞잡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화재 현장에 20여분 머물렀다.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들을 만나 지원을 약속한 뒤, 한 위원장과 함께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일부 상인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이 상인회 건물 2층에서 대기하던 상인들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도, 보수 논객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23일 발행된 기사 중 대다수는 아침 일찍부터 윤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상인들보다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극적 화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확인된다.
소수지만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세운 기사도 나왔다.
이처럼 윤-한 만남에 치중된 보도 경향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언론들 입장에선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면서도 “화재 현장 상인들의 피해와 목소리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두 사람의 행보를 전하는 것에 뉴스 가치를 더 부여했더라도, 그 장소가 왜 화재 현장이었는지는 지적했어야 마땅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상가 2층의 상인들과 만나지 못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주민들로 가득차 경호상의 문제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며 김태흠 지사가 따로 2층에 머물던 상인들을 만나 지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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