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작 2층에서 밤새 기다리던 다수의 피해 상인들을 만나지 않고 떠나 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인사들은 “공감능력 제로, 당신들이 사람이냐”(정청래) “화재피해 현장을 권력투쟁 수습쇼 현장으로 둔갑시켰다”(장경태), “염장지르러 갔느냐”(서영교) “정치쇼를 위한 무대장치로 이용하러 한 것 아니냐”(허은아 개혁신당)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잇달아 입장문을 내어 윤 대통령이 1층 상가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화재로 인한 고충과 정부 요청사항을 듣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피해복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거듭 밝혔다.
상인들과 야당에서 이같이 반발한 건 화재 현장에서 며칠 새 극한 갈등을 보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극적으로 만나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 탓이다.
MBC는 23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평생 일군 터전이 잿더미로”‥설 앞두고 상인들 망연자실>에서 윤 대통령이 상인들을 만나 “힘드시지만, 하여튼 명절 잘 쇠시고 저희를 믿으십시오. 힘내시고 저희가 잘 챙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도한 뒤 “하지만 정작 상인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고 떠났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상인회 건물 2층에서 100명이 넘는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1층에서 상인대표들한테 상황보고를 받은 뒤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MBC는 시장 상인인 최병호씨가 “대통령 온다고 해서 그거 하나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날밤 새운 사람들이 태반인데 근데 안 보고 그냥 가면 뭐 하러 오신 거야”라고 말하는 육성을 내보내기도 했다.
YTN도 이날 밤 ‘뉴스나이트’ <민주 “피해 상인은 안 만나...윤석열-한동훈 정치쇼”>에서 서천 특화시장 상인(모자이크 처리)이 “대통령님의 따뜻한 얘기 한마디 듣고 싶어서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물 한 모금도 안 먹고 기다렸어요. 근데 저희도 안 보고 그냥 가셔요?”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JTBC도 ‘뉴스룸’ <서천시장 불꽃 튀더니 삽시간에 ‘활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일부 상인들은 야속해 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서천특화시장 상인 김도원씨가 “다 타갖고 아무것도 안 남았어요. 그 상인들 마음엔 뭐가 남았겠냐는 거예요. 그 믿음마저 저버리고…”라고 말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TV조선도 이날 밤 ‘뉴스9’ <“설 대목 앞뒀는데”…점포 227곳 불탔다>에서 “상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고 전하면서 상인이 “저희들도 안 보고 그냥 가세요? 그건 아니잖아요. 우리 상인들을 위로해주려고 오신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하는 육성을 방송했다.
이를 두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인들이 밤새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기다렸는데, 일부만 만나고 2층에는 올라가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화해 모습 투샷이 메인뉴스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재난 현장을 장식품으로 사용한 것 아닌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도 “‘왜 우리는 안 만나고 갔느냐’, ‘뭐하러 왔느냐’, ‘불구경 하러 왔느냐’는 상인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공감능력 제로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다”며 “당신들이 사람이냐, 사람이 맞느냐. 어떻게 재난현장에서 쇼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영교 의원도 “대통령은 거기 뭘하러 갔느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뭐하러 갔느냐. 염장 지르러 간 것이냐”고 지적했고, 장경태 의원도 “재난현장을 권력투쟁의 현장으로 둔갑시켰다”, “비통한 화재 현장을 김건희 명품백으로 촉발된 대통령실 당무개입을 수습하기 위한 뒷배경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도 정작 피해 상인들의 눈물을 외면한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해석을 부른다”며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허 위원은 “제대로 민심을 챙겨주시라”며 “현장 쇼통은 민생 복장만 터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함께 동행한 이상민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하여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또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후 출입기자들에게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린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안내로 상가동 1층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화재로 인한 고충과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운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등 피해 복구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24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보수석, 대변인 등에게 ‘실제 2층에 피해상인들을 안 만난 것인지’, ‘왜 만나지 않은 것인지’, ‘상인들의 원성과 야당의 비판에는 어떤 견해인지’를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낮 12시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만남을 정치쇼로 폄훼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24일 논평에서 “국민의 고통 앞에 하던 정쟁도 멈추어야함에도 민주당은 또다시 정쟁의 불씨를 키우고만 있다”며 “정치쇼 운운하며 마구잡이식 비난과 트집에만 몰두하더니, 오늘 민주당 회의에서는 대책마련을 위한 건설적 논의보다 온갖 영상과 사진을 동원해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에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23일 저녁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현장 행보를 하나의 ‘정치쇼’로 폄훼한 민주당의 저급한 현실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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