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가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 모(28) 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구형과 선고 형량은 큰 차이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 ‘구형은 선고의 2배’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이 나왔다는 것은 판사가 신 씨가 저지른 범죄를 매우 무겁게 다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하지만, 목격자가 여럿 있었음에도 현장을 벗어나는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119 도착 전 임의로 이탈한 점을 보면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케타민 약물 영향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무시했고, 피해자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하다”며 “범행 직후 증거인멸에 급급했으며,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3개월 이상 의식불명으로 버티다 사망해 피해자 가족의 상실감을 가늠하기 어려우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마약 투약으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받을 수 있으므로 마땅히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신 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를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여성 A(당시 27세) 씨를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머리·배를 다치는 등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25일 끝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신 씨 혐의는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됐다.
신 씨는 범행 당일 시술을 빙자해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한 상태에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그에겐 두 차례 마약 사용 전력까지 있었다. 신 씨에게선 모두 7종의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신 씨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40대 의사 염 모 씨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댓글0